지난 1분기 철강제품 수요 한파와 재고처리 등으로 냉연판재류 생산과 판매가 뜨뜻미지근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회복과 신차효과 등 영향으로 용융아연도금강판은 일 년 전과 같은 수준을 이어갔지만 기타 품목에서의 생산과 판매에는 빨간 글꼴색이 입혀졌다.
◈ 'CR 보합세' 수문장으로 내세워 수입재 방어
2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냉간압연강판(CR)생산은 총 122만336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이 중 내수 판매는 54만7592톤으로 2.1%, 수출은 66만5127톤으로 7.3% 줄었다.
수출보다 내수 판매 감소 폭이 더 작았다. 고로사들을 중심으로 공장도 가격을 낮추거나 동결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에는 코일센터로 가는 냉연제품의 공장도 가격은 톤당 100만원 이하 수준으로 공급돼 내수 부진과 수입산 냉연제품에 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 열연강판은 매월 인상 되고 있었다. 그러나 산세강판(PO) 등을 포함한 일반 냉연제품들의 수요 한파가 극심해지자 냉연업계는 열연 가격을 따라나서기보다는 보합 기조를 유지하며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1분기 냉연제품 수입은 2만9155톤으로 전년보다 33.4% 줄었다. 작년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3439톤이 들어왔지만 올해는 636톤만이 유입됐다. 3만8816톤을 기록했던 중국 냉연은 2만8441톤으로 집계되면서 가격 동결 기조로 수입재 방어를 일부 실현해낸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가 살렸다' 기사회생한 GI
용융아연도금강판(GI) 생산은 작년에 비해 1% 늘었다.
한국철강협회는 "1분기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은 193만4700톤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며 "내수 판매는 114만2170톤으로 2% 개선됐지만 수출은 4% 줄어든 75만9425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용융아연도금강판 실적은 냉연강판과 전기아연도강판 등의 것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에 따라 펜스와 경량 철골 등에서 판매 물량을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초대형 수요가인 자동차 생산 회복이 빨라졌던 점이 이를 커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포스코와 단압밀을 중심으로 새해 첫 달부터 톤당 5~10만원 인상안이 단행되면서 가격 상승에 일시적 구매 증가 찬스가 주어진 것이 판매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 실적은 4% 정도 깎였다. 이는 전체 수출 비중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지방정부의 방역 등으로 자동차 생산 복귀가 늦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용융아연도금강판 수출 실적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용융아연도금강판의 중국향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1월 9210톤 △2월 1만1066톤 △3월 1만1202톤으로 전년보다 각각 34.2%, 42.1%, 42.8% 줄었다. 또 작년 4월 1만904톤을 기록했던 중국 수출은 올해 3263톤에 그치며 전년보다 70.1% 줄어든 실적을 나타냈다.
◈ 2EGL 멈추자 생산이 반의 반토막 줄었다?
전기아연도강판(EGI)의 경우 생산과 판매가 기타 품목 대비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아연도금강판 생산은 15만6392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6% 줄었다. 생산이 줄면서 내수 판매와 수출은 각각 11.9%, 30.8% 감소한 8만8841톤과 6만6543톤을 기록했다.
EGI의 생산 감소 배경으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2EGL이 폐쇄가 꼽힌다. 2EGL는 연산 27~30만톤 공급이 가능했던 설비지만 올해 1월 중순부터 가동중지에 들어가면서 EGI 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채산성과 건설과 가전 부문에서의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냉간압연밀도 공급 공백 메꾸기에 선뜻 나서지 않자 생산의 4분의 1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EGI 내수 판매가 감소한 것은 수요 부진이 아닌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EGI 공급이 크게 타이트해졌고 국내 유통향 제품의 판매 물량은 크게 줄었다. 국내 수요가 부족해지자 EGI의 해외 수입도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한국으로 수입된 EGI 선적분은 1만5258톤으로 전년보다 117% 늘어났다. 이는 올해 초 해외밀과의 성약한 계약분들로 EGI의 공급 부족을 염려해 수입량을 늘린 결과물인 것으로 파악된다.
◈ 사라진 컬러강판 8만톤을 찾습니다…생산 13.8% ↓
컬러강판 생산이 일년 만에 8만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컬러강판 생산은 51만910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십 년 전(52만7492톤) 비교해봐도 약 8천톤이 줄어든 수치다.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2021년부터 진행된 CCL 증설로 현재까지 50만톤을 웃도는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 상태다. 이에 각 분기별로 10만톤 이상이 추가 생산돼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생산이 되려 줄어들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내수 판매와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내수는 27만1095톤, 수출은 24만6615톤으로 전년보다 각각 1.6%, 16.6%씩 줄었다.
내수의 경우 산업경기 부진과 건축법 개정안에 따른 샌드위치패널업체의 구매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체감했던 보다는 판매 감소폭은 1%대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칼라강판 수입재의 유입이 줄어든 것이 내수 판매에 긍정적 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칼라강판 수입은 4만6471톤으로 일년 전보다 37.3% 줄었다. 특히 중국 수입은 지난해 7만3696톤에서 4만625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2% 급감했다. 이는 개정된 건축법에 따라 강판 두께와 품질에 대한 스펙 요구가 보다 강화되면서부터 중국 컬러강판 제품들의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2021년부터 집중 공략 해왔던 수출 판매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수출판매는 전년보다 약 5만톤 가량 줄어들며 16% 대의 감소를 보였다. 이는 주력시장이었던 유럽시장의 관망세와 가전 산업 불황에 따른 수요감소가 함께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를 막론한 깊은 수요 침체에 컬러강판사들은 계획 휴지와 보수 활동을 통해 가동률을 70%대까지 낮춘 바 있다"면서 "일부 냉연사들은 컬러강판 생산을 줄이고 전(前)공정이자 가격 적용이 비교적 수월했던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을 일부 확대하면서 컬러강판의 전체적인 공급이 평년대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수출 시장의 경우에도 국제 철강가격 인상에도 시황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등으로 판매 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중남미 저가 시장에서의 중국 등을 포함한 해외밀과의 가격 경쟁으로 수출 확대가 어려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