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STS) 판재류 수급은 여전히 지난해 포항제철소 피해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공급 능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하반기에는 공급 능력 정상화가 기대된다. 국산 판매의 경우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테인리스강 열연광폭강대 생산은 21만574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3만6천톤, 61.5% 급감했다. 이는 국내 유일 STS강 열연강판 생산지인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9월 침수 및 화재 피해 등을 입은 영향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철강업계, 고객사, 지자체, 정부 등의 지원으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제철소 복구와 설비 재가동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럼에도 피해가 미미한 고로 부문을 제외하고 품목별 생산 공정에서 스테인리스 공정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며, 제품 생산에 관련된 열간압연 공정 등까지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또한 지난해 1분기의 경우 보복 소비 증가와 원료-철강 가격 급등으로 공급과 소비가 모두 증가했던 가운데 올해 1분기에는 공급 차질에 더불어 저가 수입 증가, 수요 악화 등이 겹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수급 실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제품 판매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올해 1분기 STS 열연강판(광폭강대) 내수 판매량은 14만5,42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 급감했다. 또한 STS 열연강판 수출은 9만7,73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했다. ‘공급이 감소해서 국산 판매 실적이 악화됐느냐’, ‘판매 실적 악화로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하느냐’ 같은 논리와 상관없이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재와 국산을 가리지 않고 수요가 부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산 공급량 감소의 영향과 함께, STS 열연강판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147%), STS 냉연강판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50.4% 급증한 영향이 반영됐다. 증가한 수입 대부분은 베트남과 대만, 말레이시아 등 저가 수출 전략을 선택하는 국가들에서 발생했다. 이렇게 증가한 수입 물량이 국산재에 가격 하방 압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입재마저 수요가 부진하면서 수입 재고가 시장의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국산 공급 능력의 경우 설비 복구가 마무리되고 가동률 상승과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한 지난해 연말부터 빠르게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STS 열연강판 월별 생산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9,541톤, 8,355톤에서 12월과 올해 1월 3만7,232톤, 3만8,878톤으로, 2월과 3월 8만2,044톤, 8만9,652톤으로 2개월 간격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수요와 유통업계는 올해 상반기 동안 국산 범용재 공급과 주문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며 소(小)생산-고부가가치 제품들의 공급 측면에서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며 하반기에는 국산 공급이 사실상 정상화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수요 전망이 향후 수급 동향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진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 반등 기대감이 남아 있었던 가운데 최근 미국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 격상과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를 발목 잡았던 러-우 전쟁, 금융권 불안, 고(高)물가·금리 등의 문제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스테인리스 수요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스테인리스협회(worldstainless)는 올해 세계 STS강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0%대 성장(정체/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는 전년 대비 3% 증가 전망)할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