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 - 설비 가동률↑·원료價↓...최적의 생산조건
올해 상반기 열연강판(HR) 생산은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와 같은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R 생산량은 817만7,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792만3,000톤 대비 25만3,000톤, 약 3.1% 증가했다. 1분기 생산량만 놓고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이전의 생산량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고로사(포스코, 현대제철) HR 생산량이 급감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HR 총생산은 1,236만7,000톤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1,141만톤, 2022년 1,047만5,000톤을 기록하며 매해 생산량이 줄었다.
특히 2022년은 포스코에 있어 불운한 해였다. 지난해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흰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모든 설비가 물에 잠겨 생산 자체가 전면 중단됐다.
작년 하반기 철강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와중에 포스코의 침수 피해는 뼈아프게 작용했다. 올해 역시 철강 시황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지만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HR 생산량은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 상반기 진행된 제철소 보수 기간에도 생산량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지난 4월 포항제철소 제 1열연공장이 보름간 수리에 나섰지만, HR 생산량은 전월 대비 오히려 늘었다. 이에 5월 광양제철소 제 2열연공장 수리에 따른 생산량도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 압연 프로세스 최적화를 위해 가열로 시스템 재검토와 AI를 통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이로써 압연피치(Pitch) 시간을 줄여 압연제품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이처럼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한 해 제품의 생산성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철광석 및 원료탄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도 HR 생산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130달러(CFR)를 돌파한 후 하락세가 지속되며 지난 5월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특히 원료탄 가격의 하락세가 확연하다. 지난 3월 원료탄 가격은 톤당 350달러를 넘어섰지만, 최근 톤당 20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철강재 생산에 있어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원료의 하락세는 생산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HR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하반기 최대 조강 생산국 중국의 감산 정책이 강화된다는 소식은 변수로 떠오른다. 2020년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10억6,000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2021년 중국 정부는 철강 감산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이후 2년 연속 생산량이 연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올해 1분기 중국 조상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가운데 하반기 본격적인 감산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만연한 상황이다. 이에 조강 공급이 줄면서 가격은 다시 상승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했을 때, 본지가 예상한 2023년 HR 생산량 추정치는 3,369만톤이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인 2,936만톤보다 433만톤, 약 1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HR 생산량 가운데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 내수 - 상반기 내수 판매 ‘흐림’ 하반기 날씨는?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 실적은 수요산업 회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수는 판매는 173만6,000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코로나19 악영향으로 수요산업 부진이 만연했던 시기보다 안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실제 연도별 1분기 기준으로 ▲2020년 191만7,000톤 ▲2021년 198만1,000톤 ▲2022년 185만2,000톤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내수 판매량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상반기 내수 판매가 부진한 이유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게다가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여전히 높은 금리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하반기 철강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예측이 우세하다. 실제 한국은행은 금리상승으로 인한 투자 감소, 부동산 경기 둔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설 수주는 자금조달비용 증가 등에 따른 투자 위축, SOC 예산 감소 등으로 인해 민간·공공 부문에서 7.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산 저가 수입재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 2023년 1~4월 수입의 경우 108만8,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5만4,000톤 대비 13만4,000톤, 약 14% 증가한 수치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중국산 수입이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내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 저가 수입재 사용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남기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1~4월 중국산 HR 수입은 45만5,000톤으로 작년 동기 28만5,000톤 대비 무려 45% 증가했다. 중국이 내수에서 소비되지 않는 초과공급분을 수출을 통해 처리에 나서면서 운송비가 비교적 저렴한 우리나라로 공격적인 수출 전략을 택한 것이다. 더불어 중국산 HR 오퍼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HR 오퍼가격은 톤당 593달러(CFR)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중순 700달러를 돌파한 이후로 2개월 연속 하락한 가격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 공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에도 중국의 저가 수입재가 우리나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저가 수입재 대거 유입은 국산 제품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 우려가 있다. 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내수 진작에 따른 수요가 오히려 수입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저가 수입재로 인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중국의 가격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수출 - 유럽·중남미 수요 급증...韓 수출 견인
올해 상반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판매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도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의 수요 증가로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가 추정한 올해 수출량 전망치는 대략 460만톤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375만5,000톤보다 약 18% 증가한 수치다. 작년과 달리 올해 수출량이 급증한 이유는 유럽향 수출 호조와 중남미 지역의 인프라 및 설비투자 관련 기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우리나라의 대표 철강 수출국에 해당한다. 실제 올해 1~4월 유럽의 수출량은 25만7,000톤을 기록했으며, 전체 수출량 115만6,000에서 유럽은 약 22%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럽의 수출 비중이 무려 74%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유럽의 수출이 급증한 이유로 튀르키예 대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철강 시장에서 튀르키예 수입 비중은 21%로 한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현지의 물류 및 인프라가 붕괴됐다. 이에 철강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럽의 철강 수급 불균형 문제로 번진 것이다. 유럽은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한 철강 수급 공백을 한국에서 수입을 통해 충족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중남미 지역의 수출 증가가 괄목할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중남미 인프라 사업 및 설비투자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 3월 동부건설이 중남미 인프라 공사 ‘로스초로스 프로젝트’ 단독 수주를 발표한 바 있다. 로스초로스 프로젝트는 2019년 5월 수립한 엘살바도르 정부의 ‘도로·교통 인프라 마스터플랜’에 따라 수도 산살바도르와 엘살바도르 서부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확장하고 붕괴 위험 지역의 우회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에 올해 1~4월 엘살바도르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로 향하는 수출량은 13만6,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톤 대비 약 1,200%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5월 한국의 도화엔지니어링이 사업비 총 4억3,000만달러 규모의 ‘로스초로스 교량 건설 및 도로 확장 사업’을 최종 수주하면서 철강업체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변수로 꼽힌다. 중남미철강협회(ALACERO)에 따르면 2023년 철강 소비량 전망치를 6,800만 톤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 대비 1%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남미철강협회 알레한드로 바그너 회장은 “당초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외부 요인으로 분위기가 뒤바뀌면서 평균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