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후판 900만톤 생산 예측
올해 후판 생산량은 코로나 이전 수준 가까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토대로 본지가 집계한 올해 중후판 생산량 전망치는 900만톤 수준이다. 이는 전년 834만3,000톤 대비 72만2,000톤, 약 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보다 상반기 후판 생산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하반기 조선용 수요 증가로 전체 후판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시스템이 마비되는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전염병의 높은 감염률로 모두가 소비를 꺼렸고 세계 경제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건설, 조선 등 전반적인 수요산업이 부진을 겪으며 후판 수요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7~2019년까지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후판 생산량은 팬데믹에 의해 하락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후 백신의 등장과 일상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제한이 점차 완화됐다. 특히 올해 초 3년 만에 실내마스크 해제되면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과 가까워졌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후판 생산량 역시 톤당 900만톤 이상 기록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후판 생산에 있어 대량의 철광석이 소요되는 만큼 원료 가격의 하락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톤당 100달러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톤당 230달러대 수준 대비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철광석 가격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후판 생산량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내수, 조선업 호황에 수요 급증
올해 코로나19 제한이 완화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수요산업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작년 하반기 철강 시황 악화로 실현하지 못한 수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후판 내수 판매는 코로나19 악영향이 심했던 시기보다 부진을 겪었다.
통상적으로 3월과 4월은 철강업계에서 호황기로 평가되는 시기로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 그러나 올해는 호황기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거래량을 보였다. 실제 올해 1분기 중후판 내수 판매량은 164만9,000톤으로 지난해 동기 178만6,000톤 대비 13만7,000톤, 약 7.6% 줄었다.
이처럼 내수 판매가 저조한 이유로 상반기 건설산업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2를 기록한 바 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황기인 4월 전망 지수 역시 90.1을 기록하면서 올해 건설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보편적으로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부동산용 철강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올해 부진이 예상된 건설 경기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조선업이 후판업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고금리로 인한 선박 수요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이 321만CGT를 수주하며 전체 발주량의 44.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2021년부터 2년 연속 수주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수주 성공 랠리로 조선용 후판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수주가 끝나면 선박 건조까지 2년이 소요되는 만큼 그 기간동안 후판 수요는 꾸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올해 후판 내수 판매량 전망치가 679만4,000톤을 기록할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내수 판매량보다 약 5.5% 증가한 수치다. 건설을 비롯한 전반적인 수요산업 부진이 예상되지만, 조선업 호황으로 인한 후판 수요가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만큼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다만, 중국의 저가 후판 수입 유입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은 변수로 떠오른다. 실제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본지에서 종합한 1분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을 비교했을 때, 2023년 23만7,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수입된 13만4,000톤보다 10만2,000톤(76%)을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중국산 후판 오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도 하반기 수입재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말 한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후판의 오퍼가격은 톤당 620달러(CFR)를 기록했다. 지난 3월 700달러를 돌파한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600달러 초반 수준에 가격이 형성됐다. 이에 국내 후판과의 가격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이러한 상황에 국내 후판 제조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선업의 호황이 내수 판매 진작이 아니라 중국의 저가 후판 대량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주로 수출하는 만큼 국내 후판 제조업계는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다. ■ 우수한 품질 내세워 수출 견인 예상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철강산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국내 후판이 경쟁력을 갖추며 하반기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 국가별 수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연합으로의 수출은 19만4,000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6,000톤 대비 약 8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지 철강 시장에서 한국의 후판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유럽과 미국에서 친환경 에너지용 철강재 사업이 주목받는 것도 후판 수출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 부문에 154억5천만 달러를 배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유럽판 IRA로 불리는 넷제로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의 시행을 앞두고 해상 풍력 발전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구조물은 고급 철강재가 필요한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산 후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올 상반기 유럽과 미국에서 수출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이는 단기간 상승에 그칠 것이 아니라 2050 탄소중립에 발맞춰 친환경 철강 산업이 주목받는 만큼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본지가 예측한 올해 수출량은 215만3,00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89만8,000톤 대비 25만5,000톤, 약 13%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량의 증가로 내수 판매 부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