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해 철강 수요는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들이 주를 이뤘다. 2022년이 예상과 달리 호조를 보였던 상반기와 대내외 악재에 시달린 하반기로 극명한 대조를 보인 것과 달리, 2023년은 2022년 하반기의 침체와 어려움이 지난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됐다. 실제 상반기 시황 자체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고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수요산업 부진 등 2023년의 철강 수요 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요소들은 첩첩산중이다. 중국의 증치세 폐지와 자국 회복 수요 등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수입 철강재의 위협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 탄소국경세와 보호무역 주의 확산 등으로 재무장한 글로벌 철강재 수출 시장도 우리 철강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23년 철강 수급 지표 '낙관 금지'
2022년 국내 철강업계는 상반기 호조 속에 거둬들였던 열매를 하반기 시황 악화 속에 까먹는 모습들이 완연했다.
2022년 철강재 시장은 철스크랩 가격 급등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슈퍼 사이클 영향으로 상반기는 쾌조의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2분기 말부터 철스크랩 가격이 하락하고,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등 전반적인 철강 경기가 경색됐다. 특히,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생산이 중단되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물류 차질을 빚는 등 돌발 악재도 많았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경쟁 심화, 글로벌 고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탄소무역 장벽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글로벌 환경에서도 역시 어려움이 산적했다.
올해도 철강재 수급을 둘러싼 악재들은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2023년 철강 경기가 2022년 수준이거나 2022년보다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증치세 폐지와 자국 회복 수요로 수출이 뜸했던 중국산 철강재가 다시 해외 수출을 늘리는 등 수입재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올해 철강 수급 지표는 일부 제품에서 감소세를 나타냈다. 다만, 대부분 강재에서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전반적인 생산과 내수 동향은 전반적으로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4월 생산과 내수 및 수출 판매, 수입재 점유율 등을 기초로 올해 전체 실적을 추정한 결과 국내 철강재 생산과 내수 판매는 대부분 품목에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수입 제품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수입재 점유율 확대에 따른 국내 시황 악화가 우려됐다. 반면 수출은 3.1% 수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품목별로는 냉연과 전기아연도금강판(EGI), 컬러강판, 석도강판, 철근과 H형강, 특수강 봉강 등의 제품 생산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전체 강재 생산 증가 폭은 3.3%였다. 내수 판매 역시 냉연과 컬러강판, 석도강판, 철근과 H형강 등에서 감소가 예상됐다. 다만, 전체 강재 내수 증가 폭은 1.0%가 전망됐다. 수출 역시 생산과 내수 감소 강재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예견됐다. 다만, 다른 강재 수출이 상쇄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 폭은 3.1%가 전망됐다.
수입은 냉연과 컬러강판, 강관, 선재 품목에서만 감소가 전망됐고, 전체 강재로는 24.6%의 수입량 증가가 전망돼 수입 물량 확대가 국내 철강재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됐다.
수입재 점유율 역시 냉연과 컬러강판, 철근, 선재를 제외한 대부분 강재에서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전반적으로는 7.4%p의 점유율 상승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철강 수요 전년比 2.3% 증가 전망... 불확실성 확대
세계철강협회(worldsteel)는 지난 4월 ‘2023년~2024년 세계 단기 철강 수요 전망(SRO)’업데이트를 통해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8억2,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철강 수요는 1.7% 증가한 18억5,000만톤이 예상됐다.
이전 예측에서는 2023년 세계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1% 증가한 18억1,000만톤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올해는 제조업 경기 회복이 철강 수요 회복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지만 높은 금리가 철강 수요에 부담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내년에는 대부분 지역에서 철강 수요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철강 수요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테르니움(Ternium)의 CEO이자 세계철강경제위원회 의장인 막시모 베도야(Máximo Vedoya)는 전망에 대해 "2022년에는 주요국들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의 봉쇄 등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2022년 4분기 철강 수요 부문의 생산이 감소했다. 이는 재고 조정 효과에 더해 철강 수요를 예상보다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리오프닝과 유럽의 에너지 대란 완화,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와 같은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는 2023년 철강 수요 회복을 제한할 것이다. 2024년 수요 증가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주도되지만 중국의 철강 수요가 0%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개선된 환경을 무색하게 하여 글로벌 수요는 둔화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잠재적으로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원인이 되면서 철강 수요에 대한 하방압력 위험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소비 주도 성장으로 전환함에 따라 세계 철강 수요 증가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줄어들 것이다. 미래의 글로벌 철강 수요 성장은 주로 아시아에 집중된 동인 감소에 의존할 것입니다. 탈탄소화와 역동적인 신흥 경제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감소하더라도 글로벌 철강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모멘텀을 점점 더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조강 생산 5.3%↓... 전기로 조강 감소 커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팬데믹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국내 조강 생산량도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3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지속했다. 다만, 3월 조강 생산량은 전월 대비와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국내 조강 생산량은 건설 경기 부진과 건설 비수기에 따른 봉형강 수요 부족으로 전기로강 위주로 조강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국내 조강 생산량은 1,666만6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59만4천톤 대비 5.3%가 감소하면서 1~2월의 3.3% 감소 대비 감소 폭이 커졌다. 3월 조강 생산량은 전월 대비 2.2%가 증가한 583만4천톤을 기록했다. 3월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로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3월 조강 생산량은 전로강 특수강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량이 모두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보통강과 특수강을 막론하고 전기로강 조강 생산이 전체적으로 3.8% 감소를 나타냈다.
2022년 국내 조강 생산량은 6,585만5,837톤으로 2021년의 7,041만8,036톤 대비 6.5% 감소한 바 있다. 2022년 국내 조강 생산은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세가 강해지면서 전반적인 감소세를 확연히 나타낸 바 있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줄어들면서 철강 수요 확대가 정점을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피해에 따른 조강 생산량 감소가 큰 영향을 끼쳤다.
올해 조강 생산량도 코로나 기저효과 감소와 수요산업을 비롯한 경제 상황 악화로 지난해 대비 큰 개선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1~3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보통강 전로강과 보통강 전기로강, 특수강 전기로강 등에서 조강 생산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전기로강에서는 보통강 전기로강이 5.8%, 특수강 전기로강이 9.9%의 생산량 감소를 기록했다. 이로써 전기로강 전체로는 7.9%의 조강 생산량 감소를 나타냈다. 전로강에서는 보통강 전로강이 1.6% 줄었지만, 특수강 전로강이 86.0%나 늘면서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특수강 전로강은 물량이 많지 않아 전체적인 증가세는 1.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