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관업계가 하반기 미국 에너지용강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수 판매의 경우 건설 경기 악화에 판매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은 총 30만67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만3,052톤 보다 29% 증가했다. 수출 제품 중 유정용강관은 10만1,131톤을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 9만8,388톤 보다 2.8% 증가했다. 송유관의 경우 8만2,22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5,666톤 보다 8.7% 늘었다. 롤벤딩강관은 11만7,321톤으로 전년대비 103.9% 증가했다.
수출 물량이 증가하다 보니 강관 제조업계 중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1분기 경영실적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세아제강지주를 비롯한 휴스틸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북미 오일·가스 시장 호황에 따른 관련 강관 제품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1분기 미국 원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미국 셰일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일반적인 원유·가스보다 더 깊게 작업해야 하는 등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저유가 상황에선 채산성이 맞지 않았지만, 지난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셰일 업계의 수익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내수판매의 경우 강관업계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물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건설사와 연간 계약을 했던 배관용강관 업계는 입찰 물량이 반토막 나면서 새로운 신규 매출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까지 단기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그간 대형 재건축 사업 등을 수주하며 PF조달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PF규모가 커지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늘어났는데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차환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만기상환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지방 건설사들의 사정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 2023년 에너지용강관 수출 호조 수요 지속
하반기 에너지용강관의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이 에너지 확보를 위한 설비 구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지역의 시추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여기에 철강 보호무역주의에 미국내 공급 부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정용강관 가격은 현재 쇼트톤(907kg)당 3,000달러대로 높게 형성돼 있다. 이렇게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탄소 에너지 비용이 급등한 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물량이 미국에 못 들어가는 점, 타국 철강재에 대한 관세 및 쿼터 부과 정책(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물량 감소 때문이다.
미국은 친환경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석유 및 가스 시추를 보장한다는 내용까지 담아 IRA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친환경 교두보로써 탄소 에너지 투자가 확대돼 미국 내 강관 수요는 지속해서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강관업계는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에너지용강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공장 증설 설립을 택했다.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자회사 SSUSA 제조법인 설립 후 미국 현지 수요 확보를 위한 국내 강관사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휴스틸은 미국 신규 투자로 미국 택사즈주 클리블랜드시의 신규 공장 설립 및 신규설비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지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휴스틸의 경우 당진공장의 조관 7호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신규 설비 증설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휴스틸은 미국 시장에 적합한 외경 4인치 조관기를 증설해 에너지용강관 수요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넥스틸은 미국 진출을 위한 설비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해 포항공장의 4인치 조관기 해체 작업에 돌입했고 지난해말 미국으로 조관설비를 이전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와는 별개로 북미지역의 시추활동 증가와 에너지용 강관, 특히 유정관에 대한 수입 규제(주요 국가에 대한 대규모 반덤핑 관세 부과)로 올해도 미국의 에너지용 강관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관용강관, 하반기 내수판매 과열 양상
배관용강관 업계는 에너지용강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판매에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배관용강관 업계는 구조관 판매 영업을 부활시키는 것과 관련해 건설 경기 악화와 제품 가격 하락에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배관용강관 업계는 내수 판매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방안 중 일환으로 과거 구조관 임가공 판매 사업 부활을 검토한 바 있다.
특히 배관용강관 업체 S사는 구조관 시장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시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품 생산은 이엔지스틸을 비롯한 임가공 전문 업체들에게 맡길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미국 에너지용강관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내수에서는 신규 아파트 건축을 포함한 건설 경기 악화로 배관용강관 수요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내수판매에서 구조관을 판매해 배관용강관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4월말 이후 구조관 흑관 2mm 제품은 톤당 1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4월 대비 인상된 원자재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톤당 7~10만원까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제철의 배관용강관OEM 프로젝트도 정상화되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삼우 도금라인은 지난 4월 설비 세팅을 완료하고 현재 제품 시험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삼우 도금라인의 경우 국내 설비 업체가 제작해 최적의 환경 설비를 비롯해 제품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배관용강관의 제품 판매를 정상화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당진 조관공장으로 KSD3562 압력 배관용 탄소강관, KSD3566 일반 구조용 탄소강관 등 2건의 KS등록을 완료했다. 제품 생산은 대주중공업이 담당하며 제품 판매는 현대제철 강관사업부에서 진행한다.
대주중공업의 경우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원활한 소재 수급을 비롯해 수도권 중부권의 물류에 대한 이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강관 수요가 많은 중부권에 최신 사양 설비의 조관을 구축함으로써 품질 향상과 물류비 절감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구조관 업계 제품價 인상보다 판매량에 집착
구조관 제조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품 가격 인상보다 판매량에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월 1만톤 내외의 판매 체제를 유지하려는 업체들이 과거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조관 업계에 따르면 월 1만톤 수준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7개사다. 4월 판매 기준 한진철관, 넥스틸, 진방스틸, 정안철강, 하이스틸, 유일유화강관, 동아스틸까지다. 해당 업체들 중 일부 업체들은 1만톤을 넘겼고 일부 업체들은 1만톤에 가까운 9천톤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과거 구조관 업계에서 월 1만톤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중소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각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나 판매 확대를 위한 지방 사무소 개소로 제품 판매량이 늘게 된 것이다.
실제 구조관 내수판매량을 살펴봤을 때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176만2,688톤, 2017년 169만5,285톤, 2018년 168만8,303톤, 2019년 174만7,688톤에 이어 2020년 165만7,955톤, 2021년 164만3,037톤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2년에 걸쳐 내수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평균 15~16만톤으로 판매량을 고려했을때 월 구조관 업계의 월 판매량은 14만톤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구조관 제품은 건설자재용과 일반구조용의 기둥 구조재로 쓰이고 있다. 이는 타 철강 품목으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 기본수요가 탄탄하다. 반면 제품의 차별화조차 필요 없을 정도의 각관과 칼라각관의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조관 업계는 제품 경쟁력을 원자재 매입과 구조관 가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공급자들은 공급조절 즉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을 막고 이익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구조관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즉 마켓쉐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으로 인한 적자보다 매출감소로 인한 시장지배력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격이 상승할 때도 하락할 때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업체들로 인해 매번 인상 시기도 놓치고 인하시기는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월 1만톤 수준의 체제를 이어가야 하다 보니 구조관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보다 판매량이 집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원가 상승 보다 판매량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판매량 확보에만 매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원자재 구매에서도 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과 조관비용 물류비용 등 판관비 상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톤당 10만원의 원가가 13~14만원까지 올라 수익성 구간이 이전보다 줄었다. 이는 제조원가가 8~9만원까지 오르고 판관비가 4~5만원까지 오른 영향이 크다. 실제 인건비용, 물류비용을 포함해 원부자재 가격도 상승한 영향이 크다.
2021년 중국의 수출 오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구조관 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돼 제조원가 상승분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2022년 경우 대부분의 구조관 업체들의 수익성이 지난해 비해 크게 감소하면서 제조원가 비용증가 부분이 부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3년전 대비 약 30~40% 증가한 제조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구조관 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월 1만톤이라는 판매 체제를 유지하려는 업체들이 과거 보다 늘다보니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소재가격 변동부터 제조원가 상승, 시장 판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태양광 하부구조물부터 중공철근 등 실수요 개발 필수
강관 제조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의 변동과 수급 어려움에 유통판매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수요 개발에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구조관 업계는 유통판매 외 실수요 개발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2022년 강관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한 한 해였다. 상반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소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에 이어 여름철 비수기 매출잠김 현상의 발생 등 대내외 환경 변수발생에 제품 가격의 변동 폭이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건설 경기 침체에 강관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구조관 업계는 신규 수요를 개발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실수요 개발 제품으로 한진철관의 태양광 하부구조물로 사용하는 팔각관과 엠에스파이프의 강관철근망이 있다. 이 제품들은 포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해낸 것이다.
한진철관의 대표적인 수출 제품으로 포스맥(PosMAC)을 활용해 만든 태양광 패널 지지대용 팔각관이 있다. 팔각관은 태양광 패널 아래 설치되어 패널을 지지하는 구조체 역할을 하는 동시에 패널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최적의 반사각을 형성할 수 있도록 회전시키는 축 역할도 한다.
따라서 팔각관은 무거운 태양광 패널을 지지하기 위해서 강도가 높아야 하고, 길고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오차 없이 일률적으로 반사각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직진도, 가공성 등에서 정교한 품질이 요구된다.
엠에스파이프의 SP-CIP강관철근망은 일반 철근 보다 50% 이상 가벼워 현장 작업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SP-CIP 강관철근망은지반 공사용 자재로, 철근망에 주로 쓰이는 철근 자재를 STG800 스틸 강관으로 대체해 제작한 혁신제품이다.
SP-CIP 강관철근망은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성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이 제품에 주로 쓰인 STG800 강관은 일반 철근과 동일한 강도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단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m 당 단가를 철근 대비 5~1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철근보다 50% 이상 가벼워 현장 작업자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SP-CIP 강관철근망은 일반 철근망과 달리 용접 가공이 가능해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 선 제작을 통한 공급 체계까지 갖춰 공장에서 완성한 후 현장에 설치만 하면 되는 편리함까지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