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내 선재 시장은 핵심 수요 시장인 자동차 산업 회복에도 건설 경기가 부진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증가폭을 키우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태풍 힌남노 여파와 화물연대본부의 두 차례 대규모 총파업으로 실적 악화는 더욱 가중됐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위기 등으로 건설 산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자동차 생산이 크게 늘면서 두드러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경제 둔화와 건설업 회복 지연에도 자동차 생산 정상화 및 하반기 시황 개선으로 올해 선재 수급은 전반적인 '상저하고'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해 연말 생산 회복에도 2013년 이후 최저하반기 정상화에 올해 생산은 연간 20%대 회복 예상
지난해 태풍 힌남노 여파로 큰 피해를 입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선재 수급도 완연한 개선세를 나타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위축 여파로 연간 실적은 최대 40%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선재(보통강+특수강) 생산은 23만8,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감소한 반면 전월 대비로는 124.4% 급증하면서 두 배 넘게 실적 향상을 일궈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생산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영향이다. 태풍 힌남노 피해로 급감했던 포항제철소 조강·제품 생산은 이후 복구 속도와 함께 올해 1월 기준 태풍 피해 전(지난해 8월) 대비 최고 91%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8월 선재 생산이 21만8,000톤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9.3% 증가를 보인 셈이다. 내수 판매와 수출 역시 지난해 12월 각각 16만2,000톤, 4만6,000톤으로 전월 대비 99.7%, 144.7%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말 생산 회복에도 지난해 4분기 누적된 실적 악화 영향에 총생산·출하는 급감했다.
지난해 선재 총생산은 266만6,000톤으로 전년 대비 27.9% 감소했다. 연간 생산 실적이 300만톤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298만6,000톤) 이후 9년 만이다.
선재 출하 역시 264만3,000톤으로 전년 대비 30.0% 급감하면서 2012년(269만7,000톤)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제강사들의 수출 실적은 70만5,000톤에 그치며 가장 큰 감소폭(41.4%)을 보인 모습이다.
올해도 수요산업 회복 지연과 소재 수급난으로 상반기 시황은 다소 부진하나 하반기 정상화가 예상된다.
생산은 상반기까지 태풍 피해에 따른 조업 차질 여파에도 하반기 개선세로 큰 폭(21%) 증가가 예상되며 내수 판매 역시 건설, 기계용 부진에도 자동차용 개선 및 공급 차질 기저효과로 연간 5% 내외 회복이 전망된다.
수출은 국내 선재 소재 수급난에 따른 내수 전환 물량이 하반기부터 풀리면서 연간 실적이 예년의 70~8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은 상반기 실적 급증에도 생산 정상화에 따른 하반기 수급 불안정 완화로 중국산 유입이 줄면서 연간 10% 내외 감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1분기 강종별 온도차 '뚜렷'연강선재 中産 잠식…특수강 때아닌 호황?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도 연강선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1분기 연강선재 수입은 19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4% 급증하면서 철강협회 데이터 집계 기준(2010~2023년) 분기별 수입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감산 여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국 수요 챙기기에 바빴던 중국 철강 업계가 최근 자국 가격 하락세 전환으로 다시 수출 전선 강화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국가별 수입은 중국산 연강선재가 올해 1분기 약 18만톤으로 전년 동기(2만1,000톤) 대비 8배 이상 늘어나며 전체 점유율 93.6%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산 점유율은 81.1%(12만톤)까지 오르면서 단기 확장세를 키운 듯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입 증가에도 국내 생산과 판매 실적 회복은 예년 대비 3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보통강(연강+경강) 선재 생산(9만1,000톤)과 내수 판매(6만6,000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8%, 74.1% 급감했다.
단순 비교로 올해 1~3월 보통강선재 수입이 약 20만톤(연강 19만3,000톤, 경강 7,000톤)임을 감안하면 수입재 시장 점유율{수입/(수입+내수판매)}은 무려 75%를 넘어섰다. 즉, 국내 유통 연강선재 4개 가운데 3개는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수입재인 상황이다.
반면 특수강선재 생산과 판매 실적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린 모습이다. 건설과 기계산업 등 주 수요 시장이 올해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핵심 산업인 자동차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1분기 특수강선재 생산은 64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급증했다. 이 기간 보통강선재 생산(9만1,000톤)이 72.8%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점을 이룬 셈이다.
특수강선재 분기 생산이 60만톤대로 진입한 것은 철강협회 집계 기준(2010~2023년)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분기별 평균 생산이 44만4,000톤대임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20만톤(45.8%) 넘게 급증한 모습이다.
1분기 내수 판매(43만톤)와 수출(19만6,000톤) 역시 각각 32.6%, 98.1% 늘면서 줄지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실적 증가에는 핵심 수요 시장인 자동차 산업이 공급망 정상화 추세로 큰 회복세를 보인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은 106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1%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3월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5.6% 늘어난 약 41만대로 집계됐다. 월 생산이 40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7년 3월(40만7,000톤) 이후 6년 만이다.
■ 건산연 "부동산PF, 올 상반기 경기 하방 주요인"미분양 주택 증가, 건설 회복 중장기 걸림돌
저성장과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건설 경기 역시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올 상반기 경기 하방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3년 건설·부동산 시장 여건 진단과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건산연에 따르면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외부적 요인 변화 속에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동산 경기 하락이 본격화됨에 따라 정부가 규제 완화 조치들을 내놓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산연이 내놓은 올해 주요 키워드는 △부동산PF 시장 △미분양주택 △신도시 정책 △정비사업 △임대차 시장 변화 등이다.
이 중 부동산PF 시장과 미분양 주택은 부동산 시장 회복의 중장기적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PF 시장 위기는 상반기 내 주요 경기 하방 위험요인으로 국내외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정부의 유동성 공급 조치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정부 차원의 유동성 공급과 시중 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자제 요청 등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채권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으나, 아직까지 부동산PF 시장의 위험요인이 남아있다고 건산연은 진단했다.
■ 최악은 넘겼나?…건설경기지수 '회복세'CBSI, 약 1년 만에 80선 회복
건산연에 따르면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보다 8.0포인트(p) 오른 80.2를 기록했다. CBSI가 80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5월(83.4) 이후 11개월 만이다.
CBSI란 건산연이 건설업체 100여 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경기실사지수로 2000년부터 발표돼 왔다.
CBSI가 기준선(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상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앞서 CBSI는 지난해 11월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52.5를 기록했다. 이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에 힘입어 올해 2월 78.4까지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신규 수주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지난 3월 하락 전환(-6.2p)한 바 있다.
4월 기성과 신규 수주 등 공사 물량 상황이 일부 개선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4월 공사기성과 신규수주는 전월 대비 나란히 3.7p씩 오른 84.3과 74.5로 집계됐다. 이어 자금조달과 수주잔고는 전월 대비 5.3p와 1.2p 떨어진 77.4와 73.3에 머물렀다. 공사대수금은 전월 대비 4.5p 낮아진 84.6으로 나타났다.
공종별 신규수주 실적지수는 주택이 전월 대비 8.3p 오른 67.4를, 토목이 6.6p 높은 83.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비주택건축 실적지수는 68.9로 전월 대비 4.6p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형 기업과 중견 기업이 90.9과 79.5로 지난달보다 18.2p와 7.7p씩 증가했다. 이달 중소기업 BSI는 68.4로 전월 대비 3.5p 떨어졌다. 지역별 실적지수는 서울과 지방 모두 15.2p와 0.7p만큼 상승한 91.6과 68.6에 달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통상 4월에는 수주 및 공사량이 증가하는 계절적인 영향이 있다"면서도 "지난 10년간 4월 평균 상승치(2.1p) 이상으로 지수가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건설경기 악화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에도 신규 수주가 계속해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공사대수금과 자금조달 상황은 좋지 않아 5월 CBSI가 80선 중반을 넘어 온전한 회복세를 보일지는 다소 미지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