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스테인리스 시황은 어떠했나?
상반기 스테인리스(STS) 시장은 연초부터 시황 부진이 전망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연말까지 철강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 국내외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지속됐고 새해를 맞이했다고 달라질 긍정적 변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 러-우 전쟁과 인도네시아 광물 생산 차질,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 등으로 니켈과 크로뮴 등 스테인리스 주요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품 가격도 덩달아 매월 인상된 바가 있다.
이에 사실상 지난해 4월부터 수요가들이 신규 계약에 부담을 느끼고 원자재 매입 규모를 줄여온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지고 각국의 기준 금리 강화 움직임으로 소비 및 투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으면서 연말까지 스테인리스 시황 악화가 발생했다.
이처럼 경제 침체와 소비 심리 악화, 수요가들의 가격 부담감 등 소비에 부정적 흐름이 지속된 결과, 국산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생산 중단이란 대형 변수 발생에도 시장은 침체 흐름을 유지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발생과 포항 냉천 범람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테인리스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소가 대규모 침수 피해를 봤다.
당시 철강업계 일각에선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 생산 공정이 완전 복구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었던 가운데 한 대형 수입업체의 수급 불안정을 노린 가격 인상 시도로 약 2개월 동안 스테인리스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10월 하순부터 대규모 저가 수입재가 유입되고 4분기부터 포항제철소가 포스코와 철강업계, 고객사, 지역민, 지자체 및 정부의 도움으로 시장의 예측보다 빠르게 복구 과정을 진행하면서 스테인리스 가격 급등과 가수요가 진정됐다.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난 수입재는 가격 하방 압력을 키웠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시황의 영향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흐름을 보여왔다. 올해 1월에 니켈 가격이 톤당 2만7천~3만달러 수준(런던금속거래소 현물 기준)으로 반짝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포스코 등 STS 강판 제조사가 연초 출하 가격 인상에 나섰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수요 부진과 수입재와 가격 격차 확대 등의 문제로 판매 가격 인상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니켈 가격은 공급 안정과 세계 스테인리스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2월 중순부터 2만달러 중반대 수준, 3월 초부터는 2만1천~2만2천달러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때문에 STS 강판 제조업계는 수요 부진에 원료 가격 하락까지 겹치게 되면서 몰리브데넘계를 제외한 제품 가격 일부 인하 및 연속 동결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2분기에는 니켈 가격이 4월 중순 톤당 2만5천달러대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일부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5월을 기점으로 니켈 가격은 다시 톤당 2만~2만2천달러 수준으로 약세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올해 상반기 스테인리스 원료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에 니켈, 크로뮴 가격이 폭등했던 것과 달리, 약보합세 흐름을 나타냈다.
이에 해외 제조사들은 올해 상반기 가격을 300계를 중심으로 3~4개월 연속 300계 인하에 나선 가운데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안정을 위해 가격 인하 및 동결을 진행했다며 가격 동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경우 제조사의 출하 가격 인상 자제와 수요 둔화, 저가 수입재 영향으로 부진한 판매고에서 출혈 경쟁만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 수입 얼마나 늘었나? 하반기 수출입 전망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시장과 올해 스테인리스 상반기 시장의 분위기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의미 있는 차이는 올해 수입 규모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테인리스강 열연광폭강대 수입은 13만1,976톤,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 수입은 12만4,384톤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9.5%, 55.1% 급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지난해부터 베트남산 냉연강판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산 냉연광폭강대는 지난해 5만5,457톤이 수입되어 전년보다 67배(6,589.6%)나 급증한 바가 있다. 올해 1~4월 통계에서도 베트남산 냉연광폭강대 수입량은 2만9,159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9배 가까이(1,759.6%) 급증했다. 전체 수입에서 베트남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3년 전 0.2%~0.4% 수준에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는 20% 안팎으로 급증했다.
이는 베트남 현지에서 공격적으로 STS 냉연강판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베트남용진 등이 중국 등 주변국 저가 열연강판을 재압연하여 덤핑 수준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 일각에선 베트남산 냉연강판이 시장 가격에 혼란을 끼칠 정도로 가격과 물량 면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무역 당국의 현황 조사 등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산 냉연강판의 원소재가 우리나라에서 반덤핑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에서 생산된 점에서 베트남산의 제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본지는 올해 상반기 후반대와 하반기까지 베트남산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저가 수입이 지속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스테인리스강 냉연강판 수입량이 약 40만톤 수준으로 지난해 수입량에서 절반 이상 급증하리라 추정된다. 이에 수입재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 중후반대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전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상 당국으로부터 반덤핑 및 쿼터 제제를 받고 있는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하반기부터 점차적으로 감소하리라 전망된다. 또한 베트남산 물량의 경우도 올해 상반기 국내 스테인리스 강판 소요 둔화와 국산 및 수입산 재고 증가로 하반기에는 수입 규모가 더 이상 급증하기 어려우리라 예상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베트남 STS 냉연 업계가 국내 통상 제재 가능성을 가늠하며 물량 조정 등 눈치 보기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생산 예년 수준으로 회복 예상... 하반기 내수 시장 전망은?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설비 침수 피해는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사실상 완료됐다. 이에 실수요가 들은 시장에서 사용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STS304와 STS430 등 일반재는 올해 상반기 동안 주문과 생산, 공급에 아무런 차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반기에 물탱크 제조사와 STS 강관 등 일부 실수요 업체들은 일부 소생산 특수 강종은 제철소 피해 이전보다 공급 일정이 길어졌다고 주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급 일정이 정리되고 설비 가동률이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소생산 특수 강종 생산과 공급도 정상화되리라 예상된다. 또한 올해 늘어난 열연강판 수입 등을 감안해 본지는 올해 스테인리스 냉연광폭강대 생산량이 90만톤 후반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9% 증가하리라 추정했다. 올해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생산도 포항제철소 정상화로 올해 연간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수준 증가한 약 17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내수 판매 전망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초까진 철강업계와 산업분석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저하고(상반기 부진-하반기 반등)’를 기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하반기 전망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최대 스테인리스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경기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스테인리스 수요 산업 중 건설과 자동차 부문은 견조하지만 건설과 반도체 장비, 플랜트 등은 시황 개선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하반기 시황에 대한 우려는 아직은 ‘변수’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하반기부터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로 인한 물가 상승률 둔화가 나타나고, 연쇄적으로 기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소비·투자 심리가 살아나리라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행과 시장 재개장(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아직은 유효하다.
세계철강협회도 올해 전 세계 스테인리스강 소비는 성장하지 않을 것(0%대 성장)으로 내다보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STS강 소비는 지난해 대비 3% 증가(2022년은 전년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중국 시장의 STS강 소비는 지난해 대비 1.1% 증가(2022년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비교적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본지는 하반기 시황 반등 가능성이 유효하다는 판단으로 올해 스테인리스 열연광폭강대 내수 판매가 약 46만톤을, 스테인리스 냉연광폭강대 내수 판매가 약 75만톤을 달성하리라 추정했다. 생산량 회복과 경기 반등 기대로 각각 전년 동기 6~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언제나 그렇듯 ‘경기 회복 여부’와 ‘실질 스테인리스 수요’에 달려있다. 특히 일반재 부문에서는 건설 업황 반등이, 소생산 특수강종 부문에서는 반도체 설비 및 화학/플랜트업 업황 반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