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 수입 감소 움직임 지속
지난해부터 이어진 산세강판(PO)수입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자동차 내판, 가전부품과 일반 구조용 소재 등 건재로 사용되는 이 강판은 최근 해당 산업부문에서의 부진을 겪으면서 수입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원/달러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 금리동결과 연준 긴축 우려 등으로 올 하반기 1200원 후반선을 지킬 것으로 예상돼 향후 수입재 감소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PO(PO강대 기준) 수입은 4,906톤으로 전년 동기 9,567톤에 비해 48.7% 급감했다. 특히 수입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수입의 경우는 3,733톤에 그쳤다. 이는 일년 전보다 45.7%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1,978톤으로 약 2천톤에 달하던 일본 수입은 한해 만에 459톤을 기록하며 76.8% 급감했다. 대만산은 472톤에서 373톤으로 21% 감소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지난 1~3월 높은 가격으로 수출 오퍼가격을 이어가면서 국내 수입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 기간 중국 주요 업체들의 산세강판 오퍼가격은 톤당 700달러(FOB) 초중반 수준이었다. 700달러(FOB)를 가격 베이스로 원/달러 환율 1300원을 적용하고 수출제반비용 톤당 5만원을 더하면 수입 산세강판 가격은 톤당 95~98만원 수준이다. 국내 산세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110만원 초중반대로 형성돼있는데 수입재 가격과는 톤당 15만원 아래로 차이가 난다. 또 산세강판에 대한 가격 등락이 올해 나타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산 가격이 수입재 가격을 일부 방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수입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 건축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가뭄도 문제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국내업체들도 물량 공세에 함께 나서고 있어 판매 환경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세강판 판매 환경은 건설 산업과 가전 산업 등의 장기 침체로 여건은 더욱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자 배전반용 산세강판 수요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일부 배전반 업체들은 저가 수주와 원가절감을 이유로 수입산 냉연강판(CR)을 국산 산세강판(PO)으로 대신 사용하는 등 모습들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재정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는 냉연 유통업체들은 일부 배전반 업체들에게 결제대금을 제 날짜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와 판매 부진을 동시에 겪으면서 냉연업체들의 마진이 꺾이는 등 거래가 이전보다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전 불황도 겹치자 냉장고 내장재로는 산세강판이 주로 적용되는 만큼 김치 및 대용량 냉장고향 가공 판매도 여의치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분기보고서를 보면 1분기 가전 공장 가동률이 작년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의 경우 H&A(생활가전·공조)본부의 냉장고 가동률은 111.8%로 전년 분기인 126.5%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사의 입장에서 제품이 팔리지 않자 창고에 쌓인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또 가동률 저하와 시장 수요 변화를 감안해 이들이 공장 가동을 타이트하게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산세강판 수요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치 및 대용량 냉장고 판매 수요가 3분기부터 곧 증가하고 있지만 날로 악화하고 있는 가전사 환경에 판매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의 산세강판 유통상의 재고창고에는 악성재고와 고가 재고 등이 쌓여있다. 이에 개별적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입업체 역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국산 제품과 크게 차이를 벌리지 못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 ‘맑음’, 건설 ‘흐림’
국내 냉연스틸서비스센터(SSC)들은 올해 자동차를 제외한 건설 등 산업 부문에서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매월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나타내며 연속 성장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상당 부분 해소된 가운데 이연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기 시작한 결과다.
현대차·기아·KG모빌리티·한국GM·르노코리아 등 판매량은 고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실수요향을 가공을 전담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SSC 모두 자동차업계 호조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합금아연도금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의 판매 증가는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융아연도금강판(GI) 생산,내수,수출은 작년 수준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753만7,075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216만8,733톤보다 높은 생산량이다. 또 내수와 수출 물량은 일년 전보다 각각 2.2%, 5.3% 늘어난 440만7,537톤과 310만595톤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보다 수출 물량 증가가 더 뚜렷한 이유는 해외 완성차 생산 기지를 중심으로 물량 증가가 기대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은 2021년 1,050만대, 2022년 441만대, 2023년 283만대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국내 제조사들이 전세계 차강판의 10분의 1 수준의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작년보다는 차강판향으로 약 20~22만톤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GI 수출 지역 중에서는 일본과 슬로베니아, 스페인, 튀르키예 등에서 수출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반도체 재고 부족 사태가 뒤늦게 터져 2022년 상대적으로 생산과 판매 차질이 컸지만 최근 도요타, 닛산, 혼다를 중심으로 생산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경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연 1천만대를 넘어서는 FY2024(23.04~24.03)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010만대 수준이다. 또 반도체 수급 개선에 힘입어 닛산은 FY2023(23.04~24.03) 각각 전년보다 21% 늘려 글로벌 생산을 410만대, 글로벌 리테일 판매를 400만대까지 늘리는 사업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다만, 건설수주 급락으로 경기 선행지표가 상반기 내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만큼 냉연 관련 수요도 함께 줄고 있어 업계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건설사들의 경영 어려움이 커지자 원가 절감을 위한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물량이 가파르게 늘면서 중소 건설사 자금줄이 막히자 냉연스틸서비스센터(SSC)는 물량 공세보다도 안전 거래를 선호하는 등으로 무리한 판매를 줄여나가고 있다.
건설 수요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 연관수요인 산세강판(PO), 냉연강판(CR), 전기아연도강판(EGI)의 품목은 악성재고로 남겨지거나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등으로 연내 판매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GI 국산 VS 중국산 수입재 경쟁 치열
2023년 용융아연도금강판(GI) 시장은 국산 제품과 중국산 수입재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수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산 수입재의 가격이 얼마나 바닥을 다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 제품은 올해 초부터 가격이 인상된 상황이다. 다만 중국산 수입재가 4~5월부터 가격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국산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포두강철은 지난 5월 용융아연도금강판(SGCC 1.0*Z120 기준) 수출 오퍼 가격으로 전월 대비 85달러를 낮춘 톤당 693달러(CFR)를 제시했다. 당초 GI 내수 가격은 125~127만원으로 포두강철 가격 격차는 20~30만원까지 벌어졌다.
국산 제품과 중국산 수입재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향후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포두강철 뿐 아니라 산둥강철, 안펑강철 등도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국내 고로사들이 자동차을 비롯한 안전하고 확실한 실수요향 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유통향 물량은 크게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실수요향 물량 몰아주기 현상이 생기면서 냉연도금재 시장 유통업계 관리가 소홀해졌다.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중국산 수입재는 물량으로나 가격으로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중소 경량철골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중국 수입재 선호 현상이 생기면서 유통향 판매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수입 오퍼가격과 국산 제품과의 가격 차이로 인해 제품 매입경로를 변경한 것이다.
데크업체들의 경우도 3분기부터 수주 일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들어 철강가격의 계속된 변동폭을 보이자 데크업체들은 월 2회 나눠 구매하는 등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데크업체에 팔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중국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