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열연강판(HR) 제조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6월 HR 생산과 판매실적이 일제히 감소했다. 본격적인 장마철 비수기 돌입을 앞두고 HR 제조사들은 판매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본지가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HR 생산량은 96만톤으로 전월 대비 2만5천톤(2.5%) 감소했다. 지난 3월 생산량 100만톤을 돌파하며 한 달 기준 올해 최대 생산량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후 하락국면으로 전환돼 3개월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1~6월 HR 생산량 누계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만2천톤(6.9%) 증가한 575만2천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조사들의 기술 발달과 비교적 저점에서 형성된 원자재 가격이 HR 생산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 돌발성 우천에 출하 지연...내수 판매 전월比 6.7%↓
HR 생산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이유로 부진한 내수 판매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6월 한 달간 내수로 판매된 HR의 양은 57만5천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2만톤(3.4%) 감소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동결된 수준을 기록한 반면, 포스코의 내수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 전체 판매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 관계자는 5월 말 돌발성 우천으로 출하에 차질이 발생해 전체 판매량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반적인 수요산업 부진으로 내수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1~6월 HR 누계 내수 판매량은 총 338만5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만5천톤(6.7%) 감소했다. 이와 같은 내수 판매의 부진은 건설업 부진과 맞닿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평균 73.3으로 조사됐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장마철 기간인 7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전망지수’는 79.9를 기록했다. 6월 종합전망지수 대비 1.5p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보다 낮은 지수를 기록하면서 건설업 불황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수요산업의 부진한 전망은 제조사들의 내수 판매와 직결되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유럽·美 수출 급감...수출 전월比 13.3%↓
제조사들은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내수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6월 수출 실적마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제조사들의 판매 실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HR 제조업체들의 수출량은 36만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5만5천톤(13.3%) 감소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수출량보다 포스코 13.9%, 현대제철 9.1% 감소했다. 지난 6월 수출 40만톤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수출량 기록을 달성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내수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 우천에 따른 수출 선적이 이월된 것이 당월 수출량 기록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한국철강협회 국가별 수출입 자료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비중이 크게 줄었다. 실제 한국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일반강 열연광폭강대는 6월 3만3천톤으로 기록하며 전월 대비 약 51%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6월 수출량은 1만8천톤으로 전월 대비 약 5만3천톤(74%)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수출의 비중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올해 1~6월 HR 누계 수출량은 총 231만4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5만9천톤(31.9%) 상승했다. 이처럼 올해 내수 판매 부진에 따른 초과공급분을 처리하기 위해 수출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이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수출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