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대란과 공급망 충격, 남동부 대지진에 따른 물류운송 인프라 파괴 등으로 인한 제조 원가 상승으로 튀르키예 철강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GCC 및 아세안 등 신흥국 철강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튀르키예철강수출협회(CIS)에 따르면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대란으로 튀르키예의 전력 및 가스요금은 지난해부터 급등했고, 이는 철강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전쟁 이전과 대비하여 철강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게 됐다.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 원가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은 GCC 및 아세안 국가의 철강업체들이 튀르키예의 기존 수출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CIS 아흐메트 카밀 에르시야스(Ahmet Kamil Erciyas) 이사는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조강 생산 순위에서 한 번도 튀르키예를 앞선 적이 없던 이란이 우리를 앞지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시 튀르키예의 순위가 상승했지만, 이전까지 앞서던 독일에 비해서는 한 단계 아래로 떨어졌고, 순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 철강업계는 가장 중요한 원료인 철스크랩과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세계 철강시장에서 튀르키예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에너지 가격과 철스크랩 가격이 안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르시야스 이사에 따르면 올해 초 남동부 대지진 이후 튀르키예의 철강 생산 및 수출이 감소하면서, GCC 국가들이 철강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했으며 MENA 시장에서 튀르키예 철강업계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특히, GCC 국가들이 산유국의 장점인 낮은 에너지 가격과 함께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튀르키예의 철강제품은 시장 점유율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원부자재 수급 문제에 대해 CIS 이사회의 한 회원사 관계자는 “튀르키예 철강제품의 용광로는 35%, 65%는 철스크랩 기반 전기아크로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철광석과 철스크랩을 모두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 악재로 철강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철스크랩 가격이 급등하자 튀르키예 철강업계는 이익은 커녕 고정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에르시야스 이사는 “원부자재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기존의 과잉설비를 폐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투자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현재 튀르키예의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CIS 관계자는 “현재 튀르키예 철강업계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현재 튀르키예 철강산업은 주요 수출국들의 수입 규제는 물론 철스크랩과 같은 핵심 자원 수급난에도 직면하고 있으며, 에너지 대란과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익성도 저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철강업체들이 최소 25%의 수익성을 목표로 운영되는데, 튀르키예 철강산업은 적자를 면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에르시야스 이사는 “세계 철강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철강업계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튀르키예는 가격 결정권이 없으며, 남동부 대지진 이후에는 물류 인프라 부문에도 큰 문제가 생겼다. 튀르키예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및 원부자재 가격 안정과 함께 원활한 물류이송을 위한 인프라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