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오는 6월30일로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 취급대행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이를 종료하기로 했다.
현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20기의 황산 탱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보내는 40만 톤(2023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 톤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이번 취급대행 계약을 종료하기로 한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이다. 사고 예방을 위한 엄격한 관리와 함께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여러 의무와 부담 등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온산제련소 배출량 외에 위험물질의 추가적인 외부 반입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이를 안전하게 산업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
고려아연은 ▲황산 관리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시설 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 필요성 ▲자체 생산량 지속적 증가에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의 현실적인 이유를 계약 종료 결정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특히 2026년에는 자회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연간 18민5천 톤 규모의 황산이 추가 생산되기 때문에 황산 관련시설이 부족해진다.
여기에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는 올해 조업차질과 생산량 감소의 영향으로 실제 고려아연에 위탁하는 연간 황산 물량은 19만 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 정도 물량은 육로를 통해 석포제련소와 가까운 동해항으로 옮겨 처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가까운 동해항(약 65㎞) 대신에 철로인 온산선을 통해 300㎞나 떨어져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수송해 처리했다.
지역 민원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산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온산선 폐지’ 여론이 확대되고,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비판의 화살이 고려아연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려아연은 기존 계약과 양사간 지속돼 온 협력관계를 감안해 영풍 측에 사전 통지와 함께 동해항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 외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고 영풍 측이 자체적인 황산 관리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