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철강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철강 가격 하락으로 인해 탄소 저배출 원료로 손꼽히는 직접환원철(DRI) 가격 프리미엄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철강금속 전문 미디어 Fastmarkets은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철강 가격의 하락으로 DRI와 같은 친환경 제강원료 수요가 줄고 있다.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더욱 강력한 친환경 프리미엄과 탄소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주요 소비 허브의 철강 수요 약세, 수요 약세에 DRI 펠릿 프리미엄 하락
Fastmarkets에 따르면 2023년 주요 철강 소비 허브의 수요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특히, 건설 관련 자재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해 유럽지역과 북미, 아세안, 중국은 모두 고금리와 금융 불안 등으로 인해 건설 경기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건설용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들어서도 주요국들의 건설 경기 부진은 여전하다. 중국과 유럽, 북미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그동안 인프라 투자가 활발했던 인도와 아세안, 중동지역 또한 재정 투입 감소로 인해 건설 투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올해에도 건설용 철강재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철강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요 지역의 철강 수요가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원료인 DRI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Eurostat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은 2023년에 260만 톤의 DRI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1% 감소한 수치이다.
유럽에 DRI를 공급하는 중동지역 철강업체 관계자는 ”유럽의 전기아크로(EAF) 제철소는 중동 DRI 수출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다. 그런데 유럽지역 철강 가격의 둔화로 인해 유럽 철강 제조업체들은 가격대가 높은 DRI를 원료로 채택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주요국 철강 가격 하락에 따른 전기아크로 수요 감소로 인해 DRI의 프리미엄도 하락했다. 브라빌 광산업체 발레(Vale)사의 2023년 DRI 펠릿 프리미엄은 톤당 평균 51.25달러로 톤당 평균 73.65달러이던 전년 대비 30.41%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주요 지역 전기아크로 제강사들의 수요 감소로 인해 DRI 펠릿 프리미엄이 더욱 하락했다. 발레사의 2024년 2분기 DRI 펠릿 프리미엄은 스웨덴의 펠릿 생산업체 LKAB의 화물열차 탈선 사고로 공급 차질이 발생했음에도 톤당 2달러 하락했다.
DRI 유용성 높이기 위해 친환경 철강 프리미엄 강화 및 탄소 규제 필요
팬데믹 이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프로젝트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소환원제철 기반의 DRI를 제강원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철강 가격이 하락하고, 그린 스틸 프리미엄도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DRI 수요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수요산업계가 ‘그린 스틸’에 친환경 프리미엄을 부여하여 일반 철강재와 가격 차이가 난다면 DRI와 같은 저탄소 제강원료에 대한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DRI와 같은 저탄소 제강원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EU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 중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과 같은 엄격한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철강 무역업체 무역업자 관계자는 “전기아크로 생산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DRI와 같은 저탄소 제강원료는 투입 비용이 높기 때문에 제강사들이 안정적 생산을 하기 어렵다. DRI 사용 확대를 이해서는 친환경 프리미엄을 강화하고, 더욱 엄격한 탄소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U, DRI 프리미엄 지원 가능한 잠재력 갖춰, MENA, DRI 생산 허브로 부상 전망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DRI 프리미엄을 확대하기 위해 EU와 미국 등 주요 철강 수입국들이 CBAM 등을 활용해 저탄소 제강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그린 스틸 프리미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동지역의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CBAM은 DRI와 같은 저탄소 원자재를 사용하여 생산되는 철강 수입을 장려하고, 유럽 내 철강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기존의 석탄 기반 고로를 EAF 공정으로 유도하여 DRI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강 화물 순 수입국으로, 2022년에는 약 2,200만 톤의 철강을 수입하며 이는 미국보다 140만 톤 더 많은 수치이다.
싱가포르의 한 철강 무역업체 관계자는 “철강 수입량을 기준으로 볼 때 EU는 탄소 배출 역추적 접근 방식을 통해 중기적으로 DRI 프리미엄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 EU가 키를 쥐고 있다면 공급 측면에서는 MENA 지역이 DRI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MENA 지역의 한 철강산업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친환경 철강 수요와 함께 중국에 이어 세계 철강 생산능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인도 및 동남아시아의 주요 성장 시장에 제강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와 함께 풍부한 천연가스 공급으로 인해 MENA 지역은 자연스럽게 DRI 생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MENA 지역은 세계 최대의 DRI 생산기지이며, 2022년 기준 5,848만 톤의 DRI를 생산하여 전 세계 총 생산량의 약 46%를 차지한다.
또한 현지 철강업계에 따르면 MENA 지역에서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허브를 거쳐 연간 총 2,000만 톤의 DRI 생산능력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MENA 지역 철강산업 애널리스트는 “MENA 지역은 DRI 모듈과 EAF의 확장은 다른 제강원료를 활용한 제강공정과 DRI 기반 제강공정의 생산비용 격차를 줄여 DRI를 철강 생산의 원자재로 사용하는 것을 일반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MENA 지역이 DRI 생산을 위한 수소 기반 탄소 배출 감축에 집중하여 세계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가속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