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가격이 톤 당 1만 달러 부근을 기록하며 2년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조만간 심리적인 고점 저항선인 1만 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3개월물 가격은 톤 당 9,880달러에 개장했다가 장중 9,988달러 상승했다. 최종 마감장에서는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다시 9,800달러대로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정광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중국 등 제조업 활동이 개선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 수요 개선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22일을 기준으로 한 4월 LME 전기동 평균가격(현물 기준)은 전월 대비 8% 이상 상승했다. 최근 1주일 사이에만 4.5% 이상 오르며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글로벌 동 산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CRU 세계 구리 컨퍼런스에서 원자재 트레이딩 전문기업인 트라피구라(Trafigura)의 제레미 위어 CEO는 “전기자동차, 전력 인프라, 인공지능 및 자동화 부문의 활발한 성장세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최소 1천만 톤의 구리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면서 “2034년까지 800만 톤의 잠재적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광산 회사는 톤 당 1만 달러 이상, 최대 1만2,000달러까지 높은 가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광산에서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속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여 광산 투자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국영 비철금속 연구기관인 안타이커(Antaike)는 중국의 강력한 수요 전망과 거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구리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줄어들고, 중동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견고한 펀더멘털과 우수한 유동성을 갖춘 금속이 글로벌 금융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면서, 경제 지표의 하나로도 사용되는 전기동 가격은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우려와 녹색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수요 낙관론으로 인해 충분히 뒷받침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타이커는 지난 18일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인해 구리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1분기에는 트라피구라의 설명처럼 주로 전기자동차, 풍력 등 신에너지 부문과 인공지능 관련 전기 장비, 데이터 센터 등 정보기술 부문에서 구리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들이 전해지며 중국 내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지난 22일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거래된 전기동 5월물 가격은 톤 당 7만 9,120위안, 6월물 가격은 이보다 높은 7만 9,340위안을 각각 기록했다. 이를 미화로 환산하면 톤 당 1만 1,000달러에 달하는 수준이다. 앞서 지난 19일 거래에서는 최고 8만 위안을 넘기면서 지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초 시행된 일련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고, 세계은행 개발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 회의에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중국 전기동 가격 상승을 유인했다. 여전히 정광 공급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점도 가격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시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전기동 가격의 랠리가 초기에는 주요 광산의 공급 차질로 인해 제련소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기 위해 서두르면서 촉발됐다고 진단하면서, 중국의 수요가 아직은 계절적 저점에 머물러 있지만 글로벌 제조업 확동의 반등이 수요 회복을 기대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당분간 글로벌 구리 시장의 수급이 더욱 타이트하고 숏커버링이 가능하여 향후 3개월 간 구리 가격 전망은 낙관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