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철강제품 밀어내기 수출로 중남미 철강업계가 생산 감소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주요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다.
4월 22일(현지시간) AFP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중국산 철근에 최대 24.9%, 단조용 강구(공 형태로 둥글게 말아놓은 강철)에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칠레의 주요 철강기업인 CAP(Compania de Acero del Pacifico)와 Molycop 측 요청을 수용한 결정이다.
앞서 CAP는 ‘출혈 경쟁’을 야기하는 중국산 저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달 비오비오주에 위치한 우아치파토 공장 조업 중단을 발표했다.
CAP의 공장 가동 중단에 비오비오 주정부와 지역 노동조합들은 “철강산업 부문에서만 최대 2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칠레 연방정부의 강력한 조처를 촉구한 바 있다.
다만 칠레 정부가 중국산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CAP는 공장 가동 중단 방침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CAP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철강시장 균형 발전과 공정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비오비오와 칠레 국가 산업 부문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앞서 칠레 정부는 2016년부터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6차례 부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하에 중국 본토에서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칠레로 중국산 철강제품이 대량 수입되자, 칠레 철강업계는 정부에 더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해 왔다.
칠레 외에 다른 중남미 국가들 또한 중국산 저가 수입 철강제품이 증가하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중남미철강협회(Alacero)에 따르면 역내 철강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00년 15%대에서 지난해 54%로 껑충 뛰었다.
그리고 중국의 중남미향 철강 수출 규모는 지난 2000년 8만500톤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8,700%나 증가한 1,000만 톤에 달했다.
이와 같은 수입 증가로 인해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에 대한 논의가 강화되던 와중에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8월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 철강에 최고 25%의 관세 인상을 기습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제강원료를 제외한 철강 완제품 수입에 대해 원산지 증명서를 요구한 바 있는데 이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칠레와 멕시코 외에 브라질철강협회에서도 중국산 수입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며, 다른 중남미 국가와 철강업계 또한 중국산 수입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중남미 철강산업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산 철강제품에 EU의 CBAM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