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STS) 판재류 유통업계에선 실적을 집계하는 모든 업체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순수익률이 평균 –1.1%로 적자 사업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틸서비스센터를 포함한 12개 STS 유통사(25일까지 실적 발표 없는 비케이스틸 제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0억8,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7.4% 급감했다. 4개 사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나머지 8개 사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최소 20%에서 최대 71% 급감했다.
STS 판재류 유통업계의 총매출액은 2조386억7,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다. 매출 감소 폭이 영업이익 감소 폭에 비해 작았다. 이는 매출원가가 높았던 반면 업계의 마진은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STS 유통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6%로 전년보다 4%P가 급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업계 평균 순이익률이 –1.1%로 사실상 손해를 보고 한 해 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사 순이익률이 적자로 전환됐고, 다른 4개 사는 순이익률이 0% 이하 소수점에 불과했다. STS 유통업계의 2023년 순이익은 214억8,600만원 적자로 유통 품목 중 유일하게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스테인리스 STS304 냉간압연강판 유통가격은 1월 초순 톤당 415만~420만 원에서 성수기인 5월엔 오히려 385만 원 수준으로 하락했고, 비수기인 장마철 8월 중순엔 355만 원 수준을, 동절기이자 비수기인 11월~12월에는 345만~350만 원 등으로 일 년 내내 반등없이 줄곧 하락했다.
이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제조 경기와 소비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자기기와 건설, 자동차, 철도차량용, 용기용, 재압연용 등 주요 수요산업 수요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본지가 확보한 국내 STS CR 제조사 판매 실적 자료에서도 2023년 유통점 판매량이 30만8,812톤에 그쳐 전년보다 1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수요에 유통업계가 재고량 자체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진한 수요에 저가 수입재가 늘어난 점도 STS 유통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지난해 STS 냉연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도산 저가 수입이 증가한 가운데 기존 주력 저가 수입처인 중국과 대만산 수입도 이어지면서 수입산과 국산이 적어진 수요를 두고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이에 국내 STS 유통업체들은 제조사 출하 가격 인하 폭보다 더 빠르고 더 큰 폭으로 인하하던 수입재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대응에 나서면서 대규모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산을 취급하는 STS 유통업계에선 올해 재심사가 진행 중인 STS 3개국(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판재류 반덤핑 규제가 연장되지 않고 종료된다면 수요 반등 없이 저가 수입재만 증가해 사업 유지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