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연강판,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가능성 높아
올해 열연강판(HR) 생산과 내수 판매가 전년 수준을 웃돈 가운데 수출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철강 제조업계는 부진한 내수 시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수출을 늘린 바 있다. 올해 제조업계는 포스코의 포항 4고로 개수 등 빡빡한 수급 상황 탓에 수출을 다소 줄이고 내수 수급 상황에 대응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열연강판 생산량은 838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761만2천 톤 대비 약 10.1% 증가한 것이다. 1분기 생산량만 놓고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이전의 생산량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고로사(포스코, 현대제철) 열연강판 생산량이 급감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열연강판 생산은 3,124만 톤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3,227만 톤, 2022년 2,936만 톤을 기록하며 매해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2년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강타로 인해 냉천이 범람했으며 이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모든 설비가 물에 잠겨 생산 자체가 전면 중단됐다.
다만 2023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완전 복구 이후 제품 생산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해 열연강판 제품 생산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넘어 3,300만 톤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2019년 국내 열연강판 제조업계의 제품 생산은 각각 3,194만톤, 3,193만 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던 철강원료 가격이 하락한 부분도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한때 140달러(CFR)를 돌파한 후 하락세가 지속되며 지난 4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다만 5월 이후 가격 회복에 일부 성공하며 5월 110달러대를 형성했다.
원료탄 가격도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원료탄 가격은 톤당 340달러에 육박했으나, 5월 톤당 24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철강재 생산에 있어 철광석과 원료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원료 가격의 하락세는 생산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향후 수급 상황 개선의 영향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부진했던 상반기 내수 시황…하반기는 다를까?
올해 상반기 국산 열연강판 내수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늘었으나 가격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는 하반기 시황 개선을 예상하고 있으나, 부정적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열연강판 내수 판매는 188만7천 톤을 기록했다. 국내 철강 시황이 부진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1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1분기 기준 판매량은 ▲2020년 191만7천 톤 ▲2021년 198만1천 톤 ▲2022년 185만2천 톤 ▲2023년 179만 톤이다.
다만 올해 1분기 열연강판 수출량은 전년 대비 부진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1분기 열연강판 수출량은 99만6천 톤에 불과해 전년 대비 10.7% 줄었다. 이에 1분기 내수와 수출을 합한 전체 판매는 288만 톤을 기록해 전년 290만 톤 대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시황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초 국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80만 원 후반대를 형성했으나 2분기에는 톤당 80만 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 업황이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재 유입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4월 열연강판 수입은 119만4천 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4만2천 톤 대비 약 1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엔저를 업고 급증했던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이 20% 감소한 반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중국산 수입이 10% 늘었다. 전체 수입이 감소한 반면 저가재를 중심으로 한 중국산 수입은 늘어난 셈이다. 실제 올해 1~4월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은 54만1천 톤으로 작년 동기 49만2천 톤 대비 10% 증가했다. 중국 철강업계의 오래된 문제인 공급과잉이 올해도 여전한 가운데 내수 시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이 해외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특히 중국과 가까운 시장인 국내로 밀려들어왔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공급과잉이 지속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로 우리나라와 동남아 시장을 꼽았다.
이와 함께 중국산 열연강판 오퍼(Offer)가격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국 시장으로 제시되는 중국산 HR 오퍼가격은 톤당 560달러대(CFR)를 기록했다. 연초 중국 철강업계의 오퍼가격은 톤당 600달러를 웃도는 등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3월 이후 연일 인하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철강업계는 자국산 철강재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고부가가치 철강재 중심의 수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관총서 역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수출을 진행하는 업체를 적발하겠다는 방침을 알리기도 했다.
다만 철강업계는 해당 방침의 장기적인 시행 여부에 대해 위구심을 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이 지속된다면 수출 통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가까운 우리나라로 중국산 철강재가 밀려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