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특수강봉강 수급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대내외 여건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 부진과 국내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 중국산 저가 물량 급증 등으로 국산 수급 규모가 위축되고 개별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업계는 하반기 미국 기준 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국내 금리 인하 및 소비·투자 확대를 기대하면서도 연초와 달라진 한·미 금리 인하 전망과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는 국내 부동산 PF 대출에 실망하고 있다. 이에 시장은 통상 대응과 고부가재 판매비 확대, 시황 관망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인용해 2024년 특수강봉강 생산이 250만~260만 톤 수준(스테인리스계 포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년호 특집보다 더 적은 생산량을 전망한 것은 2023년 실제 생산량이 전년 동기 4% 감소한 265만 톤 수준을 기록하는 등 특수강봉강 업계가 수요 악화 및 저가 수입재 증가에 감산 규모를 예상보다 더 크게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특수강봉강 생산은 270만 톤 초반대 수준으로 추정했으나 하반기에 업계가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감산으로 265만 톤으로 줄이는 등 재고 증가와 적자 판매 수준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감산에 더욱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가 중국산 수입 급증과 파이낸셜프로낸싱(PF) 대출 마비로 촉발된 건설·토목 시장 위축, 개별 수요 대기업의 경영 실적과 달리 국내 벤더 업계 수요가 부진한 조선·자동차·반도체 시장, 가전·기계업 등의 오랜 부진 등이 올해 상반기에 나타났다.
이 같은 수요 업황 부진은 상반기 생산량을 전년 동기보다 5%가량 더 줄이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한국과 미국 등의 기준 금리가 연초 기대만큼 인하되지 않는다면 소비·투자 심리 악화로 상반기와 같은 감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이와 관련해 2024년 내수 판매는 250만 톤 초반대로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감산과 수입 증가에도 내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0만 톤 증가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내수 판매가 같은 해 하반기보다 14만 톤 가량 많은 등 감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특수강봉강 업계가 적자 판매를 감행했을 때의 물량이 반영된 수치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난해와 같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량이 증가하는 특이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계 내에선 올해 상반기에 합금 원료 가격이 강세를 보여왔고 관련 스크랩 가격도 강보합세를 이어온 만큼 감산 기조가 계속됐고 하반기에도 큰 변수가 없다면 현장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라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특수강봉강 업계는 고금리와 부동산 PF 대출 등 지난해부터 내수 시장을 억누르는 주요 변수가 올해 상반기에도 해소되지 않았고 하반기에도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에 특수강봉강 업계가 내수 수요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 감소가 이어지며 국내 특수강봉강 수급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일부에선 하반기에 대형 특수강 제조사들은 판매량 회복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1~2분기에 바닥을 치고 자동차 생산 증가와 조선 수주 증가, 기준 금리 인하 및 PF 대출 해소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회복, 개별 업체의 미래먹거리 사업(해외 공장, 풍력 프로젝트, 수소 프로젝트 등) 등에서 성과를 보일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에 대해 긍정적 기대만 상대적으로 크게 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 ‘뇌관’이자 ‘기회’인 건설향 판매...하반기 핵심 변수
특수강봉강의 주요 수요 산업인 건설업은 부동산 가격 하락 및 거래 감소, 철근과 콘크리트 등 주요 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급등으로 수년 째 부진한 업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PF 대출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자금경색으로 인한 건설사 위기와 시장 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기준 ‘악성’ 재고로 평가되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1,997가구로 5개월 연속 증가세했고, 2023년 4월 이후 1년 만에 다시 7만가구대 수준을 넘어 서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 강건재 수요를 일으킬 주택 인허가수는 1~4월 10만2,48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1% 급감했다. 게다가 4월까지 건설사 폐업도 14개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강건재의 과거, 현재, 미래 수요가 모두 암울한 상황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특수강 시장에서 선재 수요 중 건설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봉강은 약 60%가 자동차와 중장비 부분에 소비되는 가운데 나머지 물량의 대부분은 건설향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특수강 판재와 특수강 강관 등도 건설·토목 산업 판매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에 건설업 경기 침체가 특수강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들어 당국과 채권자인 금융계가 PF 대출의 옥석가리기에 나서면서 정상작업장과 큰 문제가 없는 신규 사업장에 대한 대출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으로 전해지면서 중장기 반등의 기대감도 남아 있다. 특히 정부는 만기 4회 이상 연장 또분 분양 개시 후 18개월 동안 분양률 50% 미만 사업장을 PF대출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금융권에 주거용 부동산의 순자본 비율 위험 값을 100%에서 60%으로 경감시켜 주는 등 건설 시장과 PF 대출 시장의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단 입장이다.
또한 건설업계 내에서도 사업타당성 재분류, 분양가 현실화 조정, 모듈러 공사 비율 확대 등을 통해 비용 효율성과 신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정부에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조기 집행과 2025년 SOC 예산을 28조원으로 올해보다 1.6조 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등 생존을 위한 대관업무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특수강봉강 등 강건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산 수입 ‘폭주열차’ 스스로는 못멈춰...본격 통상 대응 시작될듯
지난해 특수강봉강 수입은 74만5,87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7% 급증한 바 있다. 지난해 특수강봉강 수입 급증을 이끈 것은 중국산으로 총 64만7,305톤이 유입됐다. 전년 대비 약 22만톤, 51.4% 급증했다. 수입시장 평균 점유율도 87.1%에 달해 2022년 연간 점유율 77.1%보다 10%p 상승했다. 중국 부동산 및 제조업 경기 침체와 현지 감산 노력 부진으로 ‘밀어내기’ 수출이 증가하며 인근국인 우리나라에 저가 수출이 늘어난 것. 전체 수입의 80~90%를 차지하는 중국산 물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특수강봉강 업계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국내 특수강봉강 업계가 강종 구별 없이 덤핑 수준으로 쏟아지는 중국산 봉강에 출혈 가격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특수강 봉강업계가 감산까지 나선 상황으로 국내 특수강 시장 위축이 본격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심각해 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올해 1~4월 중국산 특수강봉강은 24만6,946톤 수입됐다. 지난해 1~4월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79% 급증한 바 있는 가운데 올해는 급증한 지난해 동기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이 국내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단기간 변화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도 중국산 물량 공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중국 당국이 철강 감산에 대한 노력과 실질적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손놓고 있는 가운데 중국 특수강 업계도 고부가가치화를 진행하면서도 단기간에는 현재의 범용재 수급 규모 유지를 위해 자체 감산 노력 및 적정 수출 가격을 등한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올해 특수강봉강 수입량이 이미 급증한 지난해보다 6% 이상 증가하며 70만톤 후반~80만톤 초반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내 특수강봉 업계가 통상 대응을 본격화 하면서 중국 특수강 봉강업계가 하반기부턴 조금이나마 ‘눈치보기’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본지는 현재 국내 대형 봉강 제조사 중심으로 중국산 탄소강과 합금강 봉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 청원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법적 검토를 마친 단계로 업계 동의를 얻고 본격 청원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선 중국산이 국내 특수강봉강 산업에 미친 피해가 명백하고 수치로도 증명이 가능함으로 정부의 조사개시 결정 시 최종 결과가 고율의 반덤핑관세로 연결될 것이라 자신하는 분위기다.
시장 일각에선 중국업체들의 이익이 국내 대형사들로 바뀌기만 할 것이라며 대형사들이 국내 공동 수요 창출 및 통상 대응에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가운데 대체로 국내 업계에선 시장 보호를 위해 반덤핑 조사에 지지 및 협조를 하겠단 흐름이다. 이에 하반기에는 국내 업계의 본격적인 통상 대응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특수강업계 내에서도 국내 시장 움직임을 고려한 물량 또는 가격 전략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편 본지는 글로벌 철강소비가 고물가·고금리·공급망 불안정·경제권 블록화·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올해 특수강봉강 수출이 35만톤 전후 수준에 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전년보다 8% 이상 감소할 것이란 추정이다.
이미 상반기에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시아 수출 대상국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유럽향 수출까지 절반 가까이 급감(45% 수준)하는 등 실질적인 수출 감소세가 확인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특화된 제조 기술력이 확보된 고부가강종 수출만 유지되고 범용재 수출은 지난해보다 더욱 위축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