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수출 호조에도 고가의 친환경차 위주 판매에 따른 실질 수요 정체, 건설 및 기계산업 부문의 경기 부진으로 국내 선재 수요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선재 수입도 전년 대비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이후 추세적으로 수입 물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중국과 아세안 선재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데다 인도산 선재는 수입 물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선재업계의 대응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5월 선재 수입은 10만9,13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0.3% 감소했으나 전월 대비로는 8.8% 증가했다.
국가별로 일본과 유럽산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중국산은 소폭 증가했다. 반면 아세안과 대만은 저가 제품인 중국산 수입 증가와 인도와 중남미산 수입재가 유입되면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본과 유럽산 수입 증가는 국내 반도체 경기 회복과 신산업 성장에 따른 특수강 선재 수입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5월 수입은 전월 대비 증가했으나, 5월 누적 기준으로는 국내 수요 부진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22.3%나 감소한 50만3,187톤에 그쳤다.
국가별로 일본과 중국, 아세안과 대만, 중남미산 수입은 감소한 반면 인도와 유럽산 수입은 증가했다. 수입 시장 내 비중은 중국산 제품이 75.9%로 가장 높았고, 일본과 대만, 아세안이 뒤를 이었다.
일본과 중국, 아세안과 대만, 중남미는 모두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 감소로 인해 수입이 감소했으나 유럽은 첨단산업용 고부가가치 소재 수입이 늘면서 수입이 증가했고, 인도는 아세안과 대만산 저가제품을 일부 대체하면서 수입이 증가했다.
다만 전년 대비 수입 물량 증감 여부와 달리 수입 시장 내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과 아세안의 비중은 상승했고, 일본과 대만, 유럽의 비중은 하락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비중이 상승한 이유는 국내 수요가들이 경기 부진으로 인해 저가 소재 채택을 늘렸기 때문이며, 대만산 비중의 하락은 아세안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STS선재, 쾌삭강선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국산화로 인해 일본과 유럽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한편 주요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국내 선재 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해 초부터 3분기까지 수입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4분기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선재업계에서는 자동차산업의 호조에도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내수 부진에 따른 설비 투자 감소로 기계 부문까지 침체되면서 수요가들이 저가 수입재 채택을 다시 늘린 결과로 보고 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85만 톤 수준으로 감소했던 선재 수입은 2021년에는 128만 톤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포스코 침수사태 등으로 인해 132만 톤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역기저효과로 인해 다시 119만 톤 수준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선재 수입은 120만 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입재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 선재시장에서 수입재의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대체로 35%를 상회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38%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입재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국내 선재 가격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은 STS선재 가격은 올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강선재와 CHQ선재, 연강선재, 용접재료 등은 소재 가격의 일부 인상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심화된 연강선재의 경우 일부 업체들은 가격을 오히려 소폭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제품 가격 약세로 인해 선재업계 상장사들은 대부분 올해 1분기 매출이 역성장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선재업계에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주요 전방산업 중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선재 수요가 단기간 내에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증 및 품질 규제 강화 등 수입재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 신흥국들 또한 저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국가들을 적극 공략할 필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