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을 렌즈에 담아낸 'DUST MY BROOM 2' 사진전이 18일부터 31일까지 트렌드 중심지인 서울 신사동 갤러리 룩인사이드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 동북지역 종합리사이클링 기업 세이난상사(青南商事)가 주관한 이번 전시회에는 유명 작가 스가와라 이치고(菅原一剛)가 세이난상사 야드에 쌓여 있는 철스크랩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가와라 이치고 작가는 세이난상사가 수집한 다양한 폐기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이후 약 20년에 걸쳐 촬영을 해오고 있다.
'DUST MY BROOM'은 미국 슬라이드 기타의 왕 엘모어 제임스(Elmore James)의 대표곡으로 원래 '빗자루의 먼지를 털다'는 뜻인 이 말은 블루스 음악에서 '다시 시작하다'로 비유되고 있다.
작가는 이 뜻을 리사이클에 적용해 '재생하는 힘', '만들어내는 힘'으로 여기고 시대와 더불어 변화하는 폐기물들을 촬영해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가 촬영한 방대한 양의 폐기물 중에서 특히 현재 부가가치가 높은 리사이클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철스크랩을 오브제 삼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사진 작품을 선보였다.
리사이클 제품인 철스크랩이 가공을 끝내고 해외로 수출되기 직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금속의 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질적이면서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시대와 더불어 변화하는 폐기물을 계속 지켜봐 온 작가는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서 촬영을 위해 중장비를 동원하고 1억5,000만화소의 고정밀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했다.
또 특수한 인쇄 기술을 이용해 바로 거기에 그 쇳덩이 자체가 있는 것처럼 입체감과 존재감을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회는 인간의 일상생활과 공존하고 있는 폐기물에 눈을 돌리게 함으로써 전 세계적 과제인 리사이클을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작업으로 진화시켜 나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스가와라 이치고 작가는 "폐기물의 집합체에서 보이는 것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있는 아름다운 '재생'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음은 스가와라 이치고 작가의 작가노트.
최근 수년간 우리들은 '리사이클(Recycle)'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말할 기회가 많아진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리사이클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리사이클이 직면한 현실 및 구체적인 과제에 관해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잘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처음 리사이클과 마주한 순간은 다름 아닌 일본 동북지역 아오모리현(靑森県) 히로사키시(弘前市)에 위치한 종합 리사이클 기업인 세이난상사에서 본 거대한 쓰레기 산이었다.
작업 현장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는 그야말로 다종다양했다. 폐기물이라고 할 수 있으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그 모습이 뇌리 깊이 박혔다.
동시에 그곳에 있던 거대한 쓰레기 산 그리고 처리를 마친 쓰레기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 위화감이 리사이클과 나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아름다움'이란 압도하는 쓰레기 더미를 압도적인 기술력과 경험과 지식, 압도적인 속도로 처리하는 리사이클 프로세스를 관장하는 사람들의 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나는 긴 시간에 걸쳐 리사이클의 시작과 끝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들여 보면 볼수록 그 시작도 그 끝도 구체적인 형태나 답이라고 했던 것들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언젠가 나라(奈良)의 유명한 명승지인 오미와신사(大神神社)를 찾았을 때 경내 쓰레기통에 쓰인 '호미상(護美箱)'이라는 글자를 발견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美)을 지키기 위해(護) 존재하는 통(箱)이라니. 그 글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순간 리사이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글자에 겹치며 떠올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은 도로든 길거리든 어디든 쓰레기가 적다. 그것이 나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그 모습에도 변화가 있는 듯하나 그래도 이 나라의 거리는 아름답다. 또한 일본 리사이클 기업의 현장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뛰어나며 아름다운 장소라 할 수 있다.
2009년 사진집 'DUST MY BROOM'이 출간된 후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폐기물은 시대와 더불어 변한다. 예를 들어, 이전에 어느 집이나 있던 브라운관 TV가 액정 TV로 변하면서 리사이클 현장에서도 브라운관은 사라져 갔다.
한편 페트병의 보급으로 엄청난 양의 페트병이 소비되고 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따라 리사이클 처리시스템이나 선별기술도 나날이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플라스틱류 리사이클이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리사이클의 주역은 역시 철, 비철과 같은 금속 리사이클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세이난상사가 잔해 처리의 대부분을 담당했다. 그 현장을 보고 나는 방대한 잔해 속에 있던 금속류를 재생하는 의의를 알았다. 섬나라인 일본의 경우 철을 비롯한 금속재료가 극히 적다. 그러한 까닭에 금속 리사이클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또 하나. 일본의 경우 문화와 생활 속에 '재생'이라는 개념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재생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 요즘 전통공예 분야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재생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
아름다움을 지킨다(護)는 것아름다움을 만든다(作)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 나가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가 또한 사업을 영위하려는 리사이클이 추구해 나갈 바가 아닐까!
지금까지의 리사이클은 시스템과 과정 전체를 거친 '처리'를 통해 단순한 '재활용'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앞으로의 리사이클은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다'라는 재생으로서의 능동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리사이클의 새로운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나는 앞으로도 리사이클이라는 행위 속에서 아주 작은 것, 아주 작은 시작이라고 해도 리사이클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BLOOM=피움'이 태어나는 순간과 그 모습에 보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다가가려 한다.
한 번 더! 모든 걸 다시 시작하기 위해'BROOM=빗자루'에서 'BLOOM=피움'을 향해
스가와라 이치고(菅原一剛)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