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올해 2분기 철강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여 인도 철강업계가 정부에 강력한 수입 규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인도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엔데믹 이후 인도는 제조업 성장과 탈탈소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 모디 정부의 인프라 투자로 인해 높은 수준의 철강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속된 철강 수입 급증으로 인해 인도 철강업계는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현지시간) 인도 의회에 제출된 재무부의 ‘2023~2024년 인도 경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침체되면서 중국 철강업계는 마진이 거의 없는 밀어내기 수출을 지속했고, 이는 세계 철강 가격은 물론 인도 내 철강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인도의 철강업체들이 마진 압박에 시달리는 원인이 됐다.
재무부는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35%나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4%나 증가했다. 미국과 EU가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 강화에 나서고 올해 들어 중남미 국가들까지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인도향 수출 물량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2024 회계연도 1분기(2023년 4월~2023년 6월) 철강 순수출국이던 인도는 지난 회계연도 2분기부터 철강 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이전 10년 동안 철강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던 인도는 중국산 철강 수입이 급증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순수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4월~2024년 6월) 인도의 철강 수입은 19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나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철강 수출은 13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나 감소했다.
재무부는 "현재 미국과 EU,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중국산 철강은 물론 전기차 등 철강 수요산업 부문까지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브라질과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은 물론 최근에는 대만까지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인도 정부도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수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까지 인도 정부는 국내 철강 수요 호조에 따른 공급 부족 가능성을 이유로 철강업계의 중국산 수입 규제 강화 요구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재무부가 보고서 발간을 통해 의회에 정식으로 수입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데다 정치권은 물론 철강업계가 다시 강력한 수입 규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관세 인상 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도 철강업계는 중국산을 포함하여 급증하는 수입 철강제품을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인도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믹 타임스(Economic Times)에 따르면 최근 JSW스틸(JSW Steel)의 최고경영자인 자얀트 아카리아(Jayant Acharya)는 “엔데믹 이후 지속되는 강력한 국내 철강 수요에도 불구하고, 저가의 중국산 철강 수입이 급증하면서 인도 철강업계가 계획 중인 철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리아 CEO는 “2025 회계연도 1분기 인도 철강업계는 저가 수입재 유입에 따른 국내 시장 가격 하락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마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경우 인도 철강업계는 향후 생산능력 확장과 탈탄소화를 위한 투자 여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SW스틸 외에 EU-일본 합작 철강업체인 AMNS의 딜리프 움멘(Dilip Ummen) CEO 또한 “정부가 국내 시장 가격을 교란하는 중국산 철강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타타스틸(Tata Steel)의 T.V. 나렌드란(T.V. Narendran) CEO 또한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인도 철강업계의 경영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BIS 등 각종 품질 인증 규제는 물론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적극적인 수입 규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지 철강시장 참가자들은 인도 정부와 철강업계가 모두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조만간 관세 인상 등 구체적인 수입 규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