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공업협동조합(이사장 조시영)은 지난 2021년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한 2022년도 성과공유형 공통기술 개발사업 기관으로 선정됐고, 이후 철저한 과제 기획과 24개월에 걸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개발 과제를 최종 완수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 협동조합 등이 현장을 중심으로 업계 공통의 수요기술을 발굴하고, 기술개발과 성과공유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투자효율과 현장 수요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됐다.
동조합이 추진한 연구개발 과제는 ‘바이러스 대응형 Pb-free Cu-Zn계 동합금 소재 및 제조기술 개발’이며,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보유한 무연황동의 성능 최적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과제 총괄 주관은 동조합이 진행하고 한국재료연구원이 위탁연구개발기관, ㈜킴텍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했다.
■ 왜 항균銅 개발이 필요한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며 팬데믹을 몰고 왔던 코로나가 최근 우리 사회에 다시 감염자가 많아지면서 항균 성능이 뛰어난 구리, 동 소재의 중요성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의·약학의 범주에서 해결할 문제로 여겨졌지만, 오래전부터 알려진 금속의 항균성을 이용해서도 균과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 근래에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보고되고 있다.
다양한 황동제품(출처:와이인터내셔널)일반적인 화학약품으로 균 및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그 효과가 매우 크지만, 일시적이라는 단점이 있으며,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이 늦어져 이미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야기된 후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에서 예방을 시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백신, 항생제, 바이러스 치료제와 같은 의약품에 의한 적극적인 대처법 외에도 사람이 자주 접촉하는 손잡이, 난간, 수도꼭지 등 일상 생활용품의 균 및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간접적이지만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금속 중에서 살균 효과가 오래전부터 검증된 금속으로는 구리, 은 그리고 백금이 있으며, 특히 구리는 다른 금속 대비 광범위한 살균력과 저렴한 가격이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금속 소재이다.
Akhidime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리는 철, 타이타늄, 실리콘, 망간, 아연, 은 등의 금속소재 보다 포도상구균 및 대장균에 대한 항균효과가 월등하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는 구리와 다른 금속 등의 항균 효과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루어졌으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및 인플루엔자 H1N1 바이러스, 메르스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킨다는 증거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다양한 연구를 근거로 의약품에 의한 적극적인 살균, 살바이러스 전략이 아닌 예방의 일환으로 구리를 포함한 다양한 합금에서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하는지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경제성을 지닌 구리를 이용한 항균 필름, 항균 마스크 그리고 기타 제품이 이미 생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도관, 수전, 주방용품, 식기, 욕실용품, 일반 공공이용 시설 등에 구리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순동은 기계적 강도가 낮고, 외부 환경의 오염과 부식에 취약하기 때문에 순동을 생활용품에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구리의 기계적 강도와 부식 저항성을 향상시켜 생활용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합금화가 필요하다.
동합금 중 황동합금은 내식성, 피삭성, 기계적 성질이 우수하여 기계, 전기, 전자,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내외장재, 손잡이, 수전금구, 밸브, 수도꼭지 등 사람의 신체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일상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항균·항바이러스 제품 소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황동합금은 일반적으로 구리에 아연이 약 25~45% 첨가되기 때문에 구리의 함량이 크게 낮아져 항균·항바이러스 성능도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리의 항균작용 원리여기에 범국제적인 환경규제로 납(Pb) 사용이 제한되면서 기존 황동의 합금계와 상이한 다양한 무연(Pb-free)황동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지만, 중금속이 포함되지 않은 무연황동은 납이 함유된 황동보다 절삭성이 절반 수준이고 부식 저항성 및 기계적 특성도 낮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합금개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동조합은 준수한 항균·항바이러스 성능과 함께 기계적 특성, 절삭성, 부식 저항성이 최적화된 무연황동을 개발함으로써, 내구성과 경제성이 우수한 항균·항바이러스 소재를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인체에 치명적인 병원체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기 위해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했다.
■ 최적 합금구조 확인…특허 2건 출원
이번 과제에서 개발대상 합금으로 설정된 것이 무연황동(Pb-free Brass)이다. 황동(Cu-Zn Alloy)는 내식성과 절삭성, 기계적 성질이 우수한 합금소재로, 아연 함량 및 첨가원소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절삭성 향상을 위해 첨가하는 납(Pb)의 사용 규제로 무연황동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무연황동은 납 대신에 실리콘(Si), 비스무스(Bi), 텔루튬(Te), 셀레늄(Se) 등을 첨가하여 만들어지며 내외장재, 손잡이, 수전금구, 밸브, 수도꼭지 등 사람의 신체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일상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다. 순동에 비해 값이 싸고 내식성과 강도가 우수한 동합금 소재로 평가되고 있다.
동조합과 재료연구원은 상용 황동 합금의 물성을 평가한 경과 대표적인 절삭용 황동인 쾌삭황동(C36000)과 납(Pb)을 저감하기 위해 개발된 무연황동(C49260) 그리고 무연황동에 주석(Sn)이 첨가되어 부식 저항성이 향상된 무연내식황동 (C49340) 세 가지 황동을 목표합금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세 가지 황동의 기계적 물성을 평가한 결과, 무연황동의 강도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쾌삭황동, 무연내식황동 순으로 강도가 높았다. ISO 6509 기준으로 탈아연부식시험은 부식 깊이를 측정하여 부식 저항성을 측정하였는데 쾌삭황동이 1㎜ 이상, 무연황동이 500㎛ 이상 부식된 반면, 무연내식황동은 약 50㎛ 표면이 부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촉진내후성 시험 후 색차 비교에서는 세 합금 모두 순동 대비 색차 변화가 6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정량목표의 60%를 차지하는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은 모두 개발 목표치 이상의 결과를 나타냈다. 최종 후보 합금의 항균·항바이러스 성능 평가는 주조재를 사용하여 포도상구균과 대장균 6시간, 코로나19 대체균주 24시간 시험으로 진행됐다.
포도상구균 및 대장균 불검출 시간을 확인한 항균시험에서 1시간 접촉 시 99.9% 사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 가지 황동합금 모두 표면에 구리이온이 충분히 용출되어 박테리아를 사멸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며, 세 황동합금간 항균성능의 차이는 거의 없었던 것은 합금에서 구리함량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소재의 경우, 알루미늄과 SUS304는 박테리아를 거의 사멸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구리 분말이 함유된 항균필름은 거의 항균성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 이온이 박테리아와 접촉하는 표면에 용출되어야만 항균성능을 가지는데, 항균필름의 경우 구리 분말이 대부분 필름 내부에 분산되기 때문에 이러한 항균성능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와 유사한 대체균을 사용한 항바이러스 시험에서는 24시간 접촉 시 바이러스를 99.98% 사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가지 합금 모두 항바이러스 성능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동조합과 재료연구원은 쾌삭황동, 무연황동 그리고 무연내식황동의 물성을 검토한 결과, 결론적으로 무연내식황동은 다른 상용 황동 대비 매우 우수한 부식 저항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번 연구과제 목표인 ‘항균 항바이러스 성능을 지니고 기계적 특성, 절삭성, 부식 저항성이 최적화된 무연황동’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기계적 특성 평가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연내식황동은 다른 합금 대비 강도와 경도 모두 크게 낮기 때문에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며, 쾌삭황동 대비 78% 이상의 절삭성을 갖기 위해서는 납을 대체할 수 있는 원소의 선택과 최적 첨가함량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결론적으로 동조합과 재료연구원은 기존 무연내식황동의 기계적 물성 향상을 위해 알루미늄 등의 원소가 미량 첨가하고, 아연 당량을 40으로 맞추어 강도 및 절삭성을 최적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강도 향상을 위해 알루미늄 원소를 최대 1.5wt%까지 첨가하고, 주조성과 강도 향상을 위해 인(P)을 0.05~0.15wt%, 내식성 향상을 위해 주석을 0.05~0.15wt% 첨가하는 합금 6종을 설계했다.
무연내식황동 개발합금으로 주조된 빌렛최종적으로는 아연당량 40을 기준으로 구리 61.25%, 아연 36.35%, 주석 1%, 납 0.05%, 인 0.1%, 비스무스 1.25%의 개발합금이 상용 무연내식황동(C49340)보다 우수한 기계적 특성 탈아연부식저항 성능 그리고 유사한 절삭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공동연구개발기관인 ㈜킴텍에서 연구하여 설정한 작업 기준에 맞춰 동양특수금속㈜에서 무연내식황동 시제품을 9톤 규모로 제작했다.
시제품에 대한 정량적 평가 모두 개발목표치를 상회하거나 만족하는 성능 결과를 도출함에 따라 동조합은 특허 2건을 출원했으며, 향후에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 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나아가 가정용품, 병원용품이나 공공시설에서 사람의 신체가 빈번하게 접촉되는 용품들에 무연황동 적용을 적극 도모할 계획이다.
■ 연구개발 과제 기대 효과
동조합은 이번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항균·항바이러스 소재 기술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고, 신산업 창출로 고용증대 및 수출 확산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향후 수요기업의 다양한 요구특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합금설계 기술을 활용하여 고성능의 신규 합금의 추가 개발도 기대케 한다.
최종 개발소재 연구개발 성과는 국내 동합금 관계사들에게 기술 노하우 전수로 확산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항균 및 항바이러스 무연황동의 수요 개발이 적극 이뤄지면서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환경에 다양한 응용제품으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많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제품 다양화를 유도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기업 활동의 확대를 넘어서 유해한 병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청정구역을 만드는 첫 발을 내디디며 안전한 사회 조성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동공업협동조합 이평호 전무
“연구과제 개발, 기술 개발 활성화 초석”
Q. 조합이 처음으로 진행한 정부 R&D 과제였는데, 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한다. A. 조합이 조직된 지 오래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과제 개발이 매우 늦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신동업계의 기술 개발 활성화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 협동조합 등이 현장을 중심으로 업계 공통의 수요기술을 발굴하고, 기술개발과 성과공유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투자효율과 현장 수요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과제는 기존에 개발됐던 무연내식황동의 기계적 특성들을 최적화하여 개량된(modified) 제품, 항균 및 항바이러스 성능을 검증한 제품을 발굴한 것이다. R&D 과제기획을 통해 수행된 선행특허 분석 및 지식재산 전략을 기준으로 지식재산권 최소 2건 이상을 확보하고, 10개사 이상의 기업에게 기술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신동업체들은 각사마다 기술 개발 니즈가 크지만 연구인력이 부족하다. 조합을 통한 공통기술 연구개발이 업계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향후 개발과제의 성과 확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A. 개발과제(제품)에 대한 우수성과 특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수요 창출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만간 과제 설명회와 개발과제 성과공유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신동업체들을 개별적으로도 방문하여 개발과제(제품)의 특성을 설명할 것이다. 또한 기술이전 페어(fair)를 개최하여 개발과제의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토록 하겠다. 기술이전은 출원된 특허 2건과 제품 제조공정 자료, 성분분석용 시료, 제작된 시제품 샘플 등을 제공하여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