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언론에서는 중국의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체인 알리와 테무의 공세가 강화되어 국내 소상공인들의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보다 훨씬 낮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물량 공세, 고물가 시대를 맞이한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 등으로 인해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와 테무의 파상공세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많았지만 철강업계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알리와 테무가 주력하는 상품들이 소비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재 및 가공업계의 경우 다른 품목들과 달리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따른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엠로프앤와이어 방윤섭 대표이사. (사진=철강금속신문)구로구에 위치한 선재 가공업체 에스엠로프앤와이어 방윤섭 대표이사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건설 경기 부진으로 인해 국내 선재 및 와이어로프 시장이 유통가공업계의 경우 약 30%나 축소된 상황인데 알리와 테무를 통한 중국산 선재 가공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업계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방윤섭 대표에 따르면 철선과 스프링, 파스너 등 선재 가공제품과 슬링을 포함한 와이어로프 가공제품은 그동안 국내 유통가공업체들이 직접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가 한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 이후 국내 수요가들이 유통업계를 거치지 않고 직구로 수입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기자가 알리와 테무 홈페이지를 확인해 본 결과 철선, 철사, STS 케이블, 철사공예품, 와이어로프 가공품 및 용수철, 파스너, 금속울타리는 물론 수입재가 없다고 알려졌던 용접철망까지 여러 품목이 판매되고 있었다.
방윤섭 대표는 “당사의 경우 국내산 와이어로프 소재와 미국과 유럽산 고가 제품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중국산 업체들과 크게 겹치는 품목은 없지만 전반적인 수요산업 부진으로 인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문래동과 구로 유통상가 등의 유통업체들이 폐업한 것과 관련하여 방 대표는 “이전에는 문래동이나 시흥철재상가에 있던 국내 선재 메이커의 유통대리점 및 가공업체들이 규모가 성장하여 시흥철재상가 및 스틸랜드 등으로 이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설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영업을 중단하고 폐업한 업체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재에 의한 국내 선재 및 가공시장 잠식에 대해 방 대표는 “선재 및 가공업계에서 수입재를 주로 취급하는 업체들은 공단지역 내에 대규모 창고를 가진 업체들이다. 중국산 완제품의 경우 국내 소재 가격보다도 저렴한 경우가 많으며, 연강선재처럼 건설 비중이 높은 품목일수록 수입재의 점유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심화되고, 알리와 테무를 통한 직구 수입이 늘면서 선재 유통 및 가공업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방윤섭 대표는 “예전에는 제조 메이커들과 유통대리점의 거래처들이 구분되어 있었다. 사업자 간 신뢰를 위해 메이커들이 대리점 거래처에는 판매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산 직구가 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앞으로는 선재 및 가공제품 분야는 물론 다른 철강 품목의 경우도 제조사들과 소비자들 간의 직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유통산업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의 이커머스로 변화하고 있는데 철강 유통업계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판매 위주의 이커머스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선재 및 가공업계는 물론 철강 유통가공업계 전반에 걸쳐 기존의 단순 가공이나 몇몇 품목에만 의존해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수익성 확보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복합 유통가공을 통해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특화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을 지속하다가는 국내 철강 유통 및 가공업계는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