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위원회가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대한 덤핑 발생 및 국내 산업피해 조사 개시를 선언한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사 청원자인 디케이씨는 비정상적 수입 가격으로 국내 업계가 영업손실 등 실질적 피해를 보고 있단 입장이다.
디케이씨는 지난 6월 28일, 정부에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스테인리스 후판이 정상 가격 이하로 수입되어 국내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덤핑방지관세(AD) 부과 조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은 기본관세율이 8% 수준이지만 양허 관세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실질 관세율은 0% 수준이다.
디케이씨는 “조사 신청물품(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이 포함된 철강 산업은 대규모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으로서 규모의 경제가 큰 산업으로 자동차·조선·전자·기계·플랜트 등 주요 산업 분야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를 제공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철강 산업의 자국 내 생산 기반이 없이 전량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 국가의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 인도, 중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구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글로벌 철강 통상 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디케이씨는 최근 철강제품의 글로벌 수입 규제 동향으로 주요 철강제품인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제품 이외에 특수강 및 합금강 제품에 대한 규제도 확산하고 있다며 스테인리스 후판에서도 통상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케이씨는 스테인리스 후판 시장은 국내 시장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며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후판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한국철강협회 기준 2023년 11만 8,556톤 생산)인 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은 점차 확대되는 생산량과 낮은 현지 가동률로 수출 여력이 크며 공급과잉에도 공급 능력 확충이 예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서에는 “국내 스테인리스스틸 후판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거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품질에 차이가 없는 경우 국내 수요자들의 구매 의사 결정은 납기와 가격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국내 소비량이 2022년 및 2023년에 전년 대비 18.2% 및 4.9%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은 2022년 및 2023년에 5.4%, 6.0%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해외에서의 공급량은 2022년에 전년 대비 39% 급격히 증가하여 국내공급을 대체했다”고 명백히 해외 수입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국내에 덤핑으로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은 중국 생산자로부터 직수입하는 경우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부분이 중간 무역상(외국 수출자)을 통해 국내 실수요가 및 철강 유통사·후공정 생산기업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이번 덤핑 조사에는 STX Japan Corporation 등 무역 전문사들이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울러 국내 판매 가격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디케이씨는 조사신청물품의 수입 이후 톤당 재판매 가격(원화)은 2021년과 2022년 사이 19.3% 상승했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89.9% 급등했다며 국내 생산품의 톤당 평균 가격이 2021년과 2022년 사이 42.6% 상승했다가 2023년에 전년 대비 3.2% 하락한 점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산뿐만 아니라 주요국 스테인리스스틸 후판 제품 가격이 니켈과 크로뮴(크롬) 등 스테인리스강의 주 원재료들의 가격 변화에 연동하여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가운데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의 경우 니켈 등 주요 원재료가격 변동과 관련 없이 수입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디케이씨는 “니켈 가격이 2021년에서 2022년에 56.4% 증가하였지만 조사신청물품의 수입 가격은 같은 기간 19.3% 증가하는 데 그쳤고, 반대로 니켈 가격이 2022년에서 2023년에 15.3% 감소했을 땐 조사신청 물품의 수입 가격은 같은 기간 89.8% 증가했다”라며 “조사신청물품의 가격이 주요 원재료 가격 등 시장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특히 디케이씨는 2023년에 수입 가격이 89.8% 증가한 것은 전년 기저 효과로 합리적 가격을 찾기 위한 조정이 아니라며 이는 2022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같은 기간 국산 판매 가격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디케이씨는 결과적으로 원재료비가 2023년까지 총 42.6% 증가할 때 국산 판매 가격 인상 폭은 38.1%로 약 4.5%p 수준이 인상 억제되면서 국내 사업자들의 실질적 피해(정상적 가격 인상 억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디케이씨 등 국내 STS 후판 사업자는 2022년에서 현재까지 영업 손실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사 및 반덤핑관세 부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디케이씨는 스테인리스 후판의 반제품 원자재인 블랙 플레이트(Black Plate)를 포스코로부터 공급받아 자체 가공 과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가 디케이씨의 지분 4.91%를 확보하는 등 국내 STS 후판 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도 국내 철강 산업 보호 등의 목적으로 이번 조사에 대해 관심 및 지지 의사를 갖고 있다. 이번 디케이씨 측 통상행정 업무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울림과 더인터내셔날트레이드컨설팅 회계사 등이 대리인으로 지정됐다.
한편 덤핑 조사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디케이씨 등 청원자의 기초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지난 6일 해당 조사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 결과가 내년 2분기 이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