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냉연 제조사의 내수 판매가 크게 부진했다. 8월 한 달간 판매가 92만 톤 수준을 나타낸 것은 12년 만이다. 판매가 감소했다는 것은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의미로 향후 판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금속신문 DB13일 본지가 국내 5대 냉연제조사(포스코·현대제철·KG스틸·동국씨엠·포스코스틸리온) 내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제조사는 지난 8월 지난 2013년부터 12년래 가장 적은 양인 92만 400톤을 판매했다.
기업별로 보면 포스코는 지난달 국내에서 43만 4000톤을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은 실적이다. 전체 판매 실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산세강판(PO), 냉연강판(CR), 아연도금강판(GI)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적게는 4%, 많게는 11% 감소한 영향이 컸다.
현대제철은 35만 7000톤을 판매하며 지난해 동기보다 실적이 1.7% 낮아졌다. 산세강판과 미소둔강판(F/H) 등 냉연 기초 소재 제품에서 판매는 직전 연도와 비교해 15~16% 감소했고, 아연도금강판 판매도 2.7% 줄었다. 냉연강판과 전기아연도금강판(EGI) 판매가 각각 22.2%, 4.3% 증가했지만, 전체 판매에서 비중이 높지 않아 실적 개선에는 보탬이 되지 못했다.
재압연사들의 판매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KG스틸과 동국씨엠은 지난 8월 국내에서 5만 6000톤, 8만 7200톤을 각각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6%, 11.6% 각각 감소한 수치다.
KG스틸은 제품별 도금강판 판매에서 실적 희비를 겪었다. 주력 제품인 갈바늄강판과 합금화용융아연도금강판의 판매는 전년 대비 1.5배 확대된 반면, 전기아연도금강판과 아연도금강판 판매가 급감하고, 컬러부문도 작년과 비슷한 판매 수준을 나타내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동국씨엠의 경우는 전기아연도금강판, 아연도금강판, 갈바늄강판, 컬러강판 등 대부분 제품들에서 마이너스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갈바늄강판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4% 감소하면서, 제품 중 최대폭 감소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지난달 2만 6500톤을 판매하며, 직전연도보다 11% 감소한 실적을 썼다. 갈바늄강판 판매가 반 토막 났고, 전략제품인 알루미늄도금강판(알코트)와 컬러강판에서도 각각 5%, 8%대의 판매 감소를 나타냈다.
판매 감소에서 주목할 지점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의 내수 지표 악화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냉연 제품들의 핵심 수요는 건설, 가전, 자동차 등에서 나오지만 생산과 구매력 약화 등으로 철강 제조사들의 공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철강금속신문 DB대한건설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6월 월간 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건축 허가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상반기 건설 수주액도 8.6% 줄었다. 배전반 내수에 관건인 아파트 등 민간 부문 신규주택 수주는 50.2% 줄어 반 토막이 났다.
가전 소비 위축도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가전 내수 경상금액(잠정치)는 2조 9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 1279억 원)대비 5% 감소했다. 코로나19이후 보복 소비 현상이 본격화한 지난 2021년(3조 6162억 원)시기부터 해마다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가전제품의 3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100 아래를 밑돌아 밝지만은 않은 전망을 나타냈다.
EBSI는 0∼200을 갖는 지수로서 전 분기에 비해 경기를 밝게 보는 의견이 많을수록 200에, 경기를 어둡게 보는 의견이 많을수록 0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좋게 보는 의견과 나쁘게 보는 견해가 균형을 이룰 경우 100이 된다.
항목별로 보면 2024년 3분기 중 수출국 경기(128.1→145.3)은 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단가(119.6→54.9), 수입규제·통상마찰(120.1→97.0), 설비가동률(100.4→99.7) 등 대외변수가 악화하면서 수출 채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완성차 제조업계의 판매 위축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은 전달 대비 14.4% 줄어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5월(-24%)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내림 폭을 기록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0.9% 줄어든 10만5504대, 해외 시장에선 7.7% 감소한 51만 2279대를 판매하면서 힘이 빠지는 패턴을 보였다.
내수 부진에 제조업 경기가 흔들거리면서 철강 판매 위축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또 수요 부진을 이유로 철강 가격 조정 시점을 놓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계속 부진하고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와중에 철강 가격까지 하락세로 전환하자 성수기 진입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향후 수요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판매와 판매 가격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 방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공급 측면에서의 수급 조절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