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개최한 ‘공공 포럼(Public Forum)’을 통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 장 마리 포감(Jean-Marie Paugam) WTO 부사무총장은 “탄소 측정 및 거래 메커니즘에서 상호운용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민간 부문과 정부 간의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WTO가 최근 개최한 '철강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공공 포럼'. (사진=Eurometal)스웨덴의 철강 스타트업 Stegra(이전 H2 Green Steel)의 올라 한센(Ola Hansen)은 새로운 시장에서 탈탄소화된 철강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과 정책 도구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그린 수소 및 전기분해 등을 활용해 제조한 그린 스틸은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탄소 가격 책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세계철강협회(WSA) 에드윈 바쏜(Edwin Basson) 사무총장은 “EU가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글로벌 시장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왜냐면 많은 지역들이 CBAM 도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BAM은 이제 단순히 유럽의 무역 규제 역할 이상을 수행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설정하고 있다. CO2 배출에 대한 공통적인 중재 메커니즘은 사회가 탄소 배출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국가들과 철강업체들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지만 CBAM 확대에 대한 핵심 질문은 상호 운용 가능한 글로벌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다양한 시장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비교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CO2 감축 노력에 대한 보조금 필요성에서 벗어나는 데 중요할 것이다. 표준화된 시스템은 비용을 명시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비교 가능하게 만들어 배출 감소를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철강기후위원회(Global Steel Climate Council)의 아디나 레네 애들러(Adina Renee Adler) 전무이사는 “그린 스틸은 초기 생산비용이 높지만 무역 확대와 규제 부담 감소를 통해 제품 가격 인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아직 주요국들 간에 의견 차이가 크다. 다만 철강산업 탈탄소화를 위해 그린 스틸 무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주요 선진국들과 신흥국들 간 CBAM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국제 무역기구로서 WTO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철강(ResponsibleSteel)의 회장 겸 CEO인 애니 히튼(Annie Heaton)은 “탄소 가격 정책을 철강산업의 탈탄소화에만 집중하지 않고, 과잉 생산능력 해소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우리는 탄소 정책이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용량을 다루기 위해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부사장 겸 공공정책 및 환경 책임자인 안네 판 이센딕(Anne van Ysendyck)은 “저탄소 철강의 높은 생산비용이 장기적으로 과제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CBAM을 통한 것과 같은 균일한 탄소 가격 책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철강산업의 실질적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저탄소 철강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인센티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업체들이 그린 스틸 생산 규모를 키우고 에너지 비용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사회는 진전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탄소 가격 책정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이행되고 그린 스틸 생산 및 소비 인센티브가 효과적으로 지원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볼보그룹의 탄소중립 자재 구매 책임자인 마크 델로벨(Marc Delobelle)은 “그린 스틸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철강제품과 대비하여 녹색 프리미엄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높은 생산비용을 장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그린 스틸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