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공급 과잉과 밀어내기 수출이 내년 하반기에나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틸오비스 2024년 가을 컨퍼런스 및 제91차 국제철근생산수출협회 총회(SteelOrbis Fall 2024 Conference & 91st IREPAS Meeting)'에서 스틸오비스 아시아 철강시장 담당자인 아나스타샤 코노넨코(Anastasiia Kononenko) 이사는 "올해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과잉 생산과 밀어내기 수출이 글로벌 철강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다시 한 번 중국의 과잉 생산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6억1,37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이러한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같은 기간 중국의 국내 철강 소비량은 5억4,70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2023년 전체 철강 소비량이 9억3,4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던 것에 비해, 올해 소비 감소 폭은 더욱 확대됐다.
이와 같은 철강 수요 급감의 핵심 원인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이다. 중국 철강산업의 최대 수요처인 부동산 산업 부문이 침체되면서 철강 소비는 자연스럽게 위축되었고, 이는 철강 생산 과잉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의 철강업체들은 남는 재고를 해외로 수출하며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24년 연간 1억 톤 이상의 철강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3년의 8,900만 톤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은 글로벌 철강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 2024년 9월 기준, 중국 주요 항구에서 선적된 철근의 평균 수출 가격은 톤당 476.44달러로, 1월의 594.82달러에 비해 20% 가까이 하락했다. 열연강판의 수출 가격도 567.83달러에서 452.59달러로 20% 하락했다. 중국 내에서 철강 제품의 가격 하락은 수출량을 늘리려는 업체들의 전략에서 기인했다. 중국은 새로운 철근 규격을 9월 말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기존 재고를 신속히 처분하려는 판매자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었고, 이는 주로 철근과 같은 봉형강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철강 수출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중국산 철강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그동안 철스크랩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철강을 생산해왔던 튀르키예 같은 국가들도 이제 중국산 빌릿을 수입해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4년 여름부터 튀르키예 철강업체들은 중국산 빌릿을 수입해 철근으로 재가공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산 빌릿은 톤당 460~465달러 수준에 거래되었으며, 철근으로 가공하는 비용은 톤당 50~80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철스크랩 가격은 톤당 365~370달러 수준으로,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철근을 생산하는 비용이 훨씬 높다. 이러한 경제성 문제로 인해 튀르키예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중국산 빌릿 수입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철스크랩 가격도 압박을 받고 있다.
코노넨코 이사는 “주요 선진국들과 신흥국들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에도 중국 내 수요 부진과 막대한 철광석 재고에 따른 낮은 생산비용 및 이로 인한 철강 가격 약세로 인해 당분간 중국의 철강 수출이 감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중국의 조강 생산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부동산 장기 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약세로 비롯된 밀어내기 수출 증가와 글로벌 철강시장의 공급 과잉을 완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철강시장은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과 수출을 억제할 만한 뚜렷한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2025년까지 공급 과잉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 감축이나 철강 수요를 촉진하는 경제 자극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 세계 철강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철강 가격의 하락은 철강업체들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각국의 철강업체들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노넨코 이사는 “중국의 수요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및 인프라 부문에 대한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고 있고, 신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한 데다 감산 조치도 지속하고 있어 2025년도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철강 수출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