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장기 침체와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철선업계가 올해 들어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직구 수입이 급증하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선업계의 경우 그동안에는 일부 수입업자와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을 통해 소둔선과 결속선, 아연도금철선과 철망 등 관련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 2018년 이후 국내 철선시장에 중국산 수입재가 유입되기 시작한 이후 수입재의 시장 잠식은 꾸준히 진행됐으며, 이로 인해 국내 철선업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주택시장 부진과 정부의 재정 투입에 따른 공공건설 투자 감소로 철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이커머스를 통한 직구 수입까지 급증하면서 철선 제조업 생태계가 붕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테무를 통해 수입 중인 중국산 아연도금철선. (출처=테무)철선조합 안재중 전무는 “예전에는 주로 중국산 수입재가 오프라인을 통해 수입되었고, 철망을 포함한 와이어메쉬 제품 정도만 직구로 들어왔다. 그런데 현재는 와이어메쉬 외에 아연도금철선, 소둔선과 결속선까지 이커머스를 통해 모두 수입되고 있어 국내 철선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선제품은 연강선재를 소재로 인발과 열처리, 도금 등의 과정을 거쳐 완제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중국산 철선제품의 경우 국내 연강선재 가격보다도 더욱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국내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수요가들이 가격 위주로 제품을 채택하고 있어 국내 철선업체들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산 수입재, 특히 이커머스를 통한 직구 수입 급증으로 인해 국내 철선업계를 포함한 선재 가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대응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형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덤핑 제소 등을 적극 추진 중인 판재류 등과 달리 철선을 포함한 선재 가공업계에서는 마땅한 규정이 없어 이렇다할 공동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도 사실상 ‘강 건너 불 구경’ 하는 듯한 방관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산 수입재 비중이 국내 시장에서 60~70%가량에 달하는 상황이 된 데다 수요산업 부진이 심해지면서 국내 철선업계는 올해 들어 가동률 하락을 막기 위해 덤핑 판매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안재중 전무는 “올해 들어 조합원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그런데 제조업의 경우 가동률을 낮출 수 없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덤핑 판매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조합원사들 간 과당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제조업을 포기하고 유통 전문업체로 업종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 부문에 대한 수요 의존도가 절대적인 철선업계의 경우 주택시장 부진과 건설업계의 경영 악화로 인해 단기간 내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4분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와 내년도 착공하는 3기 신도시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고금리에 따른 국내 소비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재중 전무는 “민간 주택시장과 공공건설 시장이 모두 침체된 상황인 데다 철선업계의 경우 HS코드도 명확하지 않아 수입 규제를 통한 국내 시장 보호에도 한계가 있다. 우선은 조달 규정 개정을 통해 국내 철선업계는 물론 선재 가공업계의 관급 매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