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조선을 제외한 주요 제조업의 부진과 함께 국내는 물론 주요 수출국들의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4분기에도 국내 특수강 유통업계의 시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특수강 유통업계는 올해 ‘상저하고’를 기대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자동차와 조선은 상반기부터 호조를 보이나 국내 제조업 설비 투자와 건설 경기 둔화로 상반기에는 다소 침체되다가 하반기 반도체 설비 투자 회복으로 인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와 함께 반도체 설비 투자가 지연되고, 다른 제조업 경기 부진도 지속되면서 오히려 하반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분기에도 국내 특수강 유통시장의 시황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특수강업계의 주력 제품인 탄소합금강. (사진=철강금속신문)특수강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품목별로 조선용 강재를 제외한 전 품목이 부진한 상황이다. 우선 공구강의 경우 냉간합금공구강인 SKD11 대체용으로 중국 업체들이 크로몰리(CrMo) 계열 제품을 덤핑 판매하면서 국내 시장 가격까지 하락해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금형강의 경우 가전제품인 TV용 수요가 생산기지 해외 이전과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인해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최근에는 자동차용 사출금형강 수요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에 사용하던 탄소합금강의 경우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중장비용 특수강 수요는 중국과 미국, EU 등 주요 수출국 경기 침체로 생산이 대폭 감소하면서 사상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으며, 건설 경기 장기 침체로 인해 터널 보강재와 앵커볼트용 탄소합금강 수요도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산업기계용 탄소합금강 및 공구강 또한 반도체 설비 투자 지연으로 인해 수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이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철강 가격 급등으로 국내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10월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이후에야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열연강판과 후판 등 판재류 가격이 내릴 때도 특수강업계는 가격을 유지했다.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와 조선 부문의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철강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으나 국내 수요산업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 10~11월 수요에 따라 가격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수요가들의 반대로 가격 인상은 불가능하며, 마진 압박으로 인해 가격 인하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특수강업계는 엔데믹 이후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증가와 주요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해 경영위기를 겪어 왔는데, 주요 제조업 메이커들이 어려워지면서 유통업계의 어려움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이커들이 마진 확보를 위해 직접 판매를 확대하면서 유통업계의 판매 기반이 잠식되고 있다. 특수강 부문의 경우 제조 메이커들이 완성차업계와 직접 거래를 하는데 최근에는 다른 부문으로도 직접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2~3년 동안에는 고금리와 고인플레이션, 고환율 등 ‘3고 현상’에 따른 경기 침체로 중소 규모 수요업체들의 부도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여파로 인해 매출액 50억 원 미만의 중소 유통업체들 상당수가 부도로 문을 닫기도 했다.
국내 특수강 유통업계 1위 업체인 원일특강 최극태 대표이사는 “주요 전방산업의 경기 부진과 함께 중국산 저가 수입재까지 증가하면서 특수강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마진 축소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증가하면서 거래처의 부도로 인한 리스크도 더욱 커졌다. 현재 유통업계는 전반적으로 안정 지향적인 경영을 중시하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특수강 유통시장은 사실상 성장 한계를 맞고 있어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거나 복합가공 및 제조업 부문 진출,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특수강 유통업계는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안정화 전략’과 수익성이 높은 신규 아이템 및 신사업 발굴을 통한 ‘성장 중심 전략’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특수강 유통업계에서는 3분기 말부터 국내 자동차 수출이 주춤한 데다 당초 기대를 모으던 반도체 부문의 설비 투자가 지연되면서 내년 특수강 경기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선진국-중국 간 무역갈등이 완화될 경우에는 경기가 소폭이나마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