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철강 수입 관리 강화,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정부가 마침내 칼을 뽑았다. 산업통상부가 수입 철강재의 조강국(Melted and Poured)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옳은 조치다. 원산지 표시만으로는 가려내기 어려웠던 우회수입과 저가재 유입, 불투명한 공급망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충분한 당위성을 갖는다.개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앞으로 수입승인 대상 철강재를 들여오려는 업체는 조강국 정보가 포함된 품질검사증명서(MTC), 이른바 밀시트를 제출해야 한다. 조강국이 적혀 있지 않으면 별도의 증빙서류도 내야 한다. 최종 생산국만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쇳물이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까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철강 수입 관리가 비로소 외형이 아니라 실체를 보기 시작한 셈이다.그동안 국내 통관 체계는 원산지 확인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실제 조강국까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 틈을 타 반덤핑 조치를 피하기 위한 제3국 경유 우회수입 의심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값싼 철강재가 어떤 경로를 거쳐 들어오는지, 실제 원재료의 출처가 어디인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장은 흔들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철강업계와 수요산업 전반에 돌아갔다.이번 조치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적용 범위가 예상보다 넓기 때문이다. 열연강판, 냉연강판, 용융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같은 판재류는 물론 형강, 봉강, 선재, 스테인리스강, 특수강까지 포함됐다. 일부 민감 품목만 관리하지 않고 사실상 주요 철강재 전반을 제도권 안에 두겠다는 것인데, 철강시장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더 주목할 대목은 상시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 가능성이다. 조강국과 품질, 제조 이력 정보가 정부와 관련 기관에 축적되면 품목별 수입 흐름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상 징후나 우회수입 가능성도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그동안 철강 수입 시장은 가격은 보였지만 이력은 잘 보이지 않는 시장이었다. 이제는 흐름이 보이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도 조강국 확인은 필수다. 철강재는 최종 생산국과 실제 쇳물 생산국이 다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후판에 이란산 슬래브가 사용된 사례처럼 겉으로 드러난 원산지만으로는 출처를 알기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 원산지만 믿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눈을 감고 통관하는 것과 같다. 조강국 확인은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검증 장치다.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SIMA, 인도는 SIMS를 통해 철강 수입 정보를 관리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도 관련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이번 조치는 특별히 과한 규제가 아니라 국제적 기준에 뒤늦게 합류하는 정상화에 가깝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통상 갈등이 상수화된 상황에서 기본적인 수입 이력 관리조차 느슨하게 두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물론 실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을 수 있다. 일부 해외 업계가 운송 기간 등의 이유로 사후 제출 허용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불편이 있다고 해서 원칙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부도 예외 규정을 통해 일정 부분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 적용의 현실성을 높이는 일이다.철강 시장이 흔들리면 조선, 자동차, 건설, 기계 등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철강 수입 관리 허술함은 단순한 통관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의 문제다. 이번 철강 수입 관리 강화는 무너진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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