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 재건 핵심 파트너로 떠오른 한국
미국이 자국 조선산업 재건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이 핵심 협력국으로 부상했다. 첨단 생산기술과 자동화 역량, 유지·보수(MRO) 경쟁력은 물론 미국 현지 투자 경험까지 갖춘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받으면서 조선용 후판을 비롯한 국내 철강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미주본부가 8일 발표한 '미 조선업 재건 관련 동맹국별 강점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숙련인력 부족과 노후 조선소, 유지·보수 적체 등 구조적인 문제로 군함과 상선 건조 역량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군함과 상선 건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미국의 해양 전략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조선업 재건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행정부는 동맹국이 초기 선박을 자국에서 건조한 뒤 미국 현지 투자와 조선소 운영을 통해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협력 방안을 제시했으며, 의회에서도 동맹국과의 공동 건조와 생산 협력을 확대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을 동맹국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협력국으로 평가했다. AI와 자동화 기술을 생산 공정에 적극 적용하고 있는 데다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인 납기 관리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미국 조선업 경쟁력 회복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 효율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이지스 구축함은 건조에 약 9년과 25억 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한국의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약 5년, 5억6,500만 달러 수준에서 건조가 가능해 건조 기간과 비용 모두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조선업은 안정적인 납기 준수 문화까지 갖추고 있어 생산 효율성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분야도 한국의 강점으로 꼽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 MRO를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HD현대는 미 해군과 함정 수리 협정(MSRA)을 체결했다. 진해에는 미 해군 전용 MRO 시설 구축도 검토되고 있어 향후 상시 정비 체계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미국 현지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는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 HII와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이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운영하는 사실상 유일한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협력국과 차별화된 입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높은 기자재 자급률과 친환경 선박 기술, 이탈리아는 군함 건조와 상태기반정비(CBM), 캐나다는 쇄빙선과 장기 조선 전략, 영국은 잠수함 설계 기술 등 각각의 강점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생산성과 자동화, 비용 경쟁력, MRO 역량을 모두 갖춘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다만 미국 내 보호무역 성격의 제도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군함 해외 건조 제한과 미국산 부품 사용 의무,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이 협력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이에 미국 의회의 관련 입법과 제도 개선 여부가 한미 조선 협력 확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조선업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내 생산 기반 구축과 함정 공동 건조, MRO 협력이 확대되면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조선용 후판 등 철강 수요 기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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