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금속 가격 반등, 수요 회복이 관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ESS 수요 확대가 배터리 금속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배터리 금속 가격이 2024~2025년 저점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과 코발트, 니켈 가격은 모두 저점 대비 반등했으며, 최근 가격 회복은 수요 급증보다는 공급 조절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코발트의 경우 세계 최대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지난해 2월부터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광산 생산 쿼터를 활용해 과잉 생산을 조절하고 있다. 리튬 역시 장기간 이어진 저가 국면으로 기존 생산업체와 신규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중국 장시성 젠샤워 대형 리튬 광산의 가동 중단도 가격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배터리 금속 시장의 회복세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가격 흐름은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 주요 생산국의 정책 방향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측면에서 과거보다 비관론은 완화됐지만, 이제 시장의 관심은 높아진 가격을 뒷받침할 만큼 수요가 충분한지에 쏠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량은 2020년의 6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배터리 수요의 핵심은 전기차(EV) 시장으로,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올해 전기차 시장은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0.9%에 그쳤다. 북미 판매는 미국 세액공제 종료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역시 같은 기간 15% 줄었다.
반면 유럽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으며, 기타 지역은 8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수출 확대가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의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성장 둔화에도 리튬 수요를 지지하는 새로운 축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부상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글로벌 그리드용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 규모는 최근 5년간 20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5년 전체 배터리 수요의 15%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도 ESS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배터리 저장장치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7년까지 신형 에너지저장 설비를 180GW로 확대하는 3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SS 수요 확대가 모든 배터리 금속에 동일한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드용 배터리는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코발트와 니켈 수요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제한적이다. LFP 배터리는 리튬을 사용하지만 코발트와 니켈은 포함하지 않는다.
배터리 화학 조성 변화도 금속별 수요 차별화를 키우고 있다. IEA에 따르면 LFP 배터리는 ESS뿐 아니라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약 50%까지 끌어올렸다.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앞세운 LFP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서방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발트와 니켈 수요는 아직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애덤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승용 전기차 배터리 1대당 평균 리튬 사용량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이는 LFP 배터리 확산과 대형 배터리 채택 확대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코발트와 니켈 사용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배터리 금속 가격 상승은 곧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전기차와 ESS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리튬 탄산염 가격은 지난해 중반 이후 약 세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일부 수요처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프로젝트 블루는 현재 리튬 가격이 일부 ESS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요 훼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배터리 금속 가격 반등이 과거와 같은 급격한 상승 사이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 축소와 정책 개입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배터리 화학 조성 변화, ESS 프로젝트의 가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금속 시장은 이제 단순한 수급 논리를 넘어 주요 생산국의 정책과 수요 산업의 가격 수용 능력이 맞물리는 복합적인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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