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원가, 9개월 만에 최저…철강업계 ‘방어전’ 장기화하나
쇳물 원가가 다시 하락하며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다만 철강업계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다. 제품 판가 반등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요산업 부진과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방어적 운영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제선원가는 톤당 268.3달러(중국 CFR 기준, 원료 투입 단순 추정치)를 기록했다. 전달 278.1달러 대비 9.8달러 하락하며 2024년 9월 266.5달러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3월부터 쇳물 원가는 톤당 277~278달러를 기록했으나 6월 들어 260달러대로 내려앉는 등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원가 하락에는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6월 철광석 가격은 톤당 86달러로 전월 대비 3달러 하락했고, 원료탄 가격도 181달러로 6달러 내렸다. 두 원료 모두 지난해 하반기 고점 대비 30~40%가량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다만 원가 안정에도 철강업계의 고민은 여전하다. 제품 판매가격이 좀처럼 반등 흐름으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제조사들은 연초부터 고환율·전기료·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 시도를 이어왔지만, 수요산업 침체와 중국산 저가재 유입 영향에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가 수준은 부담이 상당히 완화됐지만, 판가 반등 없이는 실적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산 저가 수입재가 여전히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가격 정상화 시도는 계속 제약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산업 전반이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건설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복합적이고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6.6% 감소했으며, 건축 착공면적은 -31.7%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보다 더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건설기성도 올해 -3.2%로 감소 전환했고, 건설투자도 3.0% 줄어들어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깊은 축소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건산연은 “현재 건설경기 침체는 저성장·고금리·공사비 상승·수요 위축 등 복합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 중”이라며 “회복 여건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도 과거보다 떨어져 공공 발주 지연과 지방 미분양 누적 현상 등이 철강 내수 수요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철강 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S&P글로벌 등 주요 조사기관은 글로벌 철강 시장의 핵심 리스크로 수요 부진, 공급 과잉, 보호무역 강화 등을 지목했다. 특히 중국의 감산 정책 이행 여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신흥국 수급 재편 등이 하반기 글로벌 시장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인도 내 공급 확대와 북미 고철 시장 성장 움직임도 시장 재편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P글로벌은 시장 보고서와 수급 전망 데이터를 통해 철강 시장의 복합적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선원가가 27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간 지금, 업계는 반등보다 저점 고착을 우려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라며 “하반기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방어적 운영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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