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종 위기에 대한 소회
최근 석유화학(석화)업계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철강담당 기자로서 느끼는 바가 있다. 철강업계에서도 최근 산업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석유화학업도 대기업 계열마저 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 수준까지 악화됐다.
석유화학업계와 철강업계가 위기에 내몰린 구조는 닮은 구석이 많다. 한때 가성비 제품 생산 및 수출로 탄탄한 업황을 자랑하다가 중국산 범용재가 덤핑 수준으로 안방(국내)에 밀려들어 오더니, 이제는 중국 및 개발국들의 고부가재 가성비 생산&수출 증가로 국내외에서 경쟁력 위기를 맞고 있는 점이 유사하다.
위기 속 양측 업계 대응에는 차이가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범용재 일부 생산 공장을 멈추고 대기업끼리 설비를 통합하거나 아예 법인을 통폐합하는 안까지 모색하고 있다.반면 철강업계에는 개별 업체가 일부 공정을 일시 생산 중단하거나, 오래된 공장을 폐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별 업체로선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만, 석유화학업에 비해 업계 전체가 협의를 통해 범용재 생산 조정하는 데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정부에선 철강의 ‘적정 생산량’을 확인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내 ‘철강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요 철강 제품별 적정 생산량 수준을 점검하는 내용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내 통합적 조정이 어려워보이니 공멸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국내 철강 수급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파악하겠다는 것, 제품별 총생산의 가이드라인이 정부 손으로 그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부의 노력 및 움직임이 부족해 외부에서 적정 수급을 살펴본다니, 담당 기자로서 철강업계가 석화업계에 비해 긴장감과 행동력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동시에 정부가 시장의 규모를 정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고, 개별 업체의 자율성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든다. 산업지원책은 업계의 안정과 발전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지, ‘규제’와 ‘제한’ 등을 지원방안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선 안될 것이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