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보호막만으로 안도해선 안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일본 및 중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연 제품에 대한 잠정덤핑방지관세를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4개월간 부과하기로 했다. 잠정관세 부과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 재압연사나 강관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도 예상되어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의 저가 열연강판 수입으로 인해 국내 시장의 가격 질서가 왜곡되고,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반덤핑관세 부과로 수입 열연강판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국산 열연강판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여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 완화는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들의 생산 및 판매 여건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반면 반덤핑관세로 수입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은 생산 원가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국내 공급이 부족할 경우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요 회복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후공정 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최종 제품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열연코일을 비롯해 후판, 선재, 아연도금강판, 철근 등 대부분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 공급원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주요 제조사를 중심으로 수입 철강재에 반덤핑 규제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공정과 하공정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억1천만 톤의 철강재를 수출하며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2020년 5,367만 톤을 수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연평균 20%씩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최대 수출시장이었는데, 이제 중국은 한국 시장에서 수입규제를 타개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 시장 차단으로 인한 물량을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중국산 열연코일에 대한 반덤핑 규제 조치는 단기적으로 국내 열연 제조사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중국산 저가재의 글로벌 확산으로 이어지면 역설적으로 한국산 제품 수출 경쟁력을 위협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반덤핑 규제에만 만족하지 말고 국내 수요와 공급의 균형, 해외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분명 반덤핑 관세가 보호막이 되면서 현재 수입재 흐름은 확연히 바뀌고 있다. 중국산 오퍼는 가격과 물량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지만 대만·베트남 등 대체 공급처가 부상하면서 단가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반덤핑 예비판정 이후 공급선이 사실상 재편되며, 국산 위주의 시장 구조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저가화를 주도한 중국산에 대한 수입규제와 함께 중국 정부 차원에서 조강 감산 계획이 공식화 된 점도 국내시장에 희망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명확한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를 중장기 공급 조정의 신호로 해석한다.
중국이 주도한 세계 철강시장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우리 철강업계도 단순한 방어가 아닌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당장 관세로 얻은 시간 동안 어떤 제품 경쟁력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구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제조사의 일방통행이 아닌 고객사와 안정적인 수요 시장을 함께 만드는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철강산업 생태계 전체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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