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명 주식을 수확하는 현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가다

철기시대가 시작된지 장장 2,500년, 인류는 여전히 철기시대에 머물러 있다. 자그마한 클립부터 우주밖 인공 위성까지 인류 문명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서 우리는 철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대한 중요성 탓에 철은 먹거리, 그 중에서도 주식의 위치를 지닌 쌀에 비교되며, '산업의 쌀'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철강이 쌀이라면 철을 생산하는 제철소는 농장이다. 세계 6위의 조강 생산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농장을 보유했다고 여겨진다.
한국의 주요 철강생산지로는 포항, 광양, 그리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위치한 당진이 거론된다. 포항이 한국 철강산업의 태동을 상징하고, 광양이 최대 규모의 제철소가 위치했다는 점에서 입지를 가진다면, 당진은 하역에 용이한 부둣가, 비교적 뛰어난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 생산거점으로서 지닌 효율성이 부각된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방문해 문명의 식사를 생산하는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철강산업이 침체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서해대교에서부터 보이는 고로 연기는 멈출줄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환경'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원료 저장시설이었다. 저장소의 문을 열자마자 뿌연 분진가루들이 기자를 반겼다. 분진가루의 정체는 고로에 투입되는 철광석 가루인 분광이다. 눈을 가리는 분광의 격한 인사를 마친 뒤에는 거대한 돔(DOM) 형태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60M의 높이, 120M의 거대한 직경을 자랑하는 저장시설의 천장 사이에는 약간의 틈이 존재했다. 그 틈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들어와 저장시설 내부에 빛줄기를 쏘았다. 문명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연출해내는 풍경은 마치 고대 시대 건축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돔 형태의 밀폐형 설계는 환경 친화라는 현대제철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개방형 저장시설의 경우 가루 형태의 분광이 대기중에 방사되기 쉬워, 미세먼지 악화의 원인을 제공한다. 저장시설의 형태는 밀폐형 제철소를 표방한 당진제철소의 설계가 반영된 결과다. 또한 부두에서의 하역부터 저장시설로의 운반과정에서도 모두 천장을 덮은 밀폐형 장치를 이용함으로써, 분광 방사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저장 효율성의 향상도 나타났다. 현지에서 만난 현대제철 관계자는 "돔형 특유의 곡선형 외벽은 옥외 저장 대비 약 2배 이상의 적재 효율성을 가진다"며 "우천 등으로 인한 수분 접촉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장된 분광은 고로의 제선과정에 사용된다. 이때 분광에 포함된 불순물의 제거와 효율적인 분광 융해를 위한 온도 상승을 위해 탈산 및 촉매 작용이 요구된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공석탄의 일종인 코크스로, 분강과 함께 고로에 투입됨으로써 쇳물 내 산소를 제거하고 고로 내부 온도를 최대 2,400도까지 올려 분광을 녹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에는 철강의 원형이 되는 쇳물, 용선이 형선된다. 용선은 틀에 넣어 식히는 주조 과정을 통해 판 형태의 슬래브로 변모하고 이는 1차 가공제품인 열연강판의 원재료가 된다.
친환경 실천을 향한 현대제철의 의지는 용선 생산 공정에도 드리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12%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할 계획이다.
수립된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가동을 추진한다. 연간 총 400만톤 생산 중 고로 생산 300만톤의 용선, 전기로생산 100만톤의 용강을 합탕해 강판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대제철측은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 가동을 통해 기존 공정 대비 약 20%의 탄소배출 감축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전기로로 생산이 어려운 고품질의 초고장력 강판, 외판, 핫스테핌 등 고품질의 강판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30년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현대제철 역시 복합 프로세스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생산을 거쳐 2026년 상업 생산에 돌입할 계획인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물론 다양한 글로벌 OEM사와 차강판 공급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시설을 탐방을 마친 뒤에는 열연공장으로 이동했다. 당진제철소 열연공장은 각각 연간 350만톤, 550만톤을 생산하는 제 1열연 공장, 제 2열연 공장으로 이뤄져 한 해 총 90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한다.
저장시설이 예상과 다른 신비감을 주었다면, 열연공장은 생각한 대로의 압도감을 선사했다. 무게를 헤아리기 힘든 철덩어리가 부딪히는 굉음, 광대한 내부를 가득 채운 후끈한 열기 등 공포와 경외가 어우러진 인상은 기자로 하여금 압도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공장을 가득 채운 굉음과 열기의 근원은 열연공장의 주요 공정, 열간압연이다. 열간압연이란 주조를 통해 형성된 슬래브를 1,200도 고온 가열을 통해 변형성을 극대화 한 뒤 여러개의 롤러로 얇게 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열간압연 시설 외부에는 생산을 마치고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열연코일등이 가득했다. 내부에 적재된 열연코일은 압연과정에서 보이던 붉으스름한 빛이 아닌 은회색을 띄었음에도 상당한 열기를 풍겨왔다.
열연강판이 원형인 판재형태가 아닌 코일형태로 생산되는 이유는 적재 및 유통의 용이함을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운송과정에서 나타나는 흔들림으로 한개의 25톤에 육박하는 열연코일의 안정성에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한다.

친근한 '철' 구축에 총력
일반 대중에게 철이란 가깝고도 멀다. 산업의 근간을 지탱하는 터라 일상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반면 B2B산업의 특성, 철이 지닌 무겁고 둔탁한 이미지는 우리를 철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최근 현대제철은 철강산업의 친근화를 도모하며,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새롭게 리뉴얼된 안전문화관 및 홍보관 역시 이같은 현대제철의 노력의 일환으로 비춰진다. 홍보관에서는 철강의 제조, 유통, 전방산업에서의 접목을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통해 알기 쉽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학교 견학, 지역 관광 등 여러 부분에 홍보관을 개방함으로써 철의 대중화에 힘쓸 계획"이라며 "내부 구경을 원하는 누구든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방문 신청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연공장 탐방을 마치고 방문한 안전문화관에도 재밌고 친숙한 안전 교육 확립을 꾀한 현대제철의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교육을 위해 마련된 안전문화관에는 VR, 와이어 등 현 트렌드에 맞춘 장치들이 준비돼 있었다. 딱딱한 이론적 교범이 아닌 재밌있고 체험적 요소가 다분한 장치를 통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더욱 높은 수준의 사고 예방의식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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