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철강산업은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생산력이 강한 설비를 가질수록 업계에서 높은 위치를 점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산업 부진으로 철강업계 종사자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들의 목소리에도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경기 침체, 지방 소멸, 저출산 등 다양한 이유로 내수 건설 시장은 몰락했다. 이에 건설산업연구원은 현시점 건설경기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기보다 더욱 위축됐다며, 역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침체가 앞으로도 장기화할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니, 건설경기의 부진은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역대’와 ‘익숙’이라는 서로 공존하기 힘든 개념의 상생이 현재 내수 건설시장을 감싸고 있다.
패널 업계는 건설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텅텅 빈 착공 일정은 패널 제조업체에 대한 건설사의 수요를 낮춘다. 패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2~3분기에 수요 성수기를 보냈지만, 현재는 1년 내내 수요가 비수기인 1분기 수준으로 머무른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들이 봉착한 어려움과는 별개로, 철강산업의 부진을 조명하는 언론은 이들의 고통을 잘 다루지 않는다. 아마 제조업계 대비 패널 업계의 규모가 작기 때문인 듯하다.이는 이들이 내는 목소리가 작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패널 업계의 목소리가 비교적 작을지라도, 그 속에 담긴 처절함은 결코 남 못지않다. 자본 규모가 큰 제조업체는 신규 프로젝트에 착수해 유휴 자본 및 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영세한 패널 업체들은 영업 손실 발생이 폐업으로 직결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관계자는 “해가 바뀔 때마다, 알고 지내던 업체의 폐업 소식을 듣게 된다”면서 “수십 년간 업계에 몸담아 왔지만, 현재와 같이 동시다발적인 폐업을 목격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내비쳤다.
사회의 구석구석을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역할임을 고려할 때, 패널 업계에도 철강 언론의 관심이 쏠릴 필요가 있다. 업계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이들의 목소리가 담지지 못하는 ‘규모의 경제’와 유사한 논리가 적용 돼서는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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