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수주 ‘폭발’…韓 조선업계, 상반기에 이미 작년 실적 넘겼다
국내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역대급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요인이 발주 러시를 이끌면서, 한국 조선 3사의 올해 수주 실적은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총 52척, 11조 5,000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23년 연간 실적 45척, 2024년 전체 실적 38척을 모두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HD현대 계열은 올해 들어서만 44척을 수주하며 그룹 전체 수주액의 73%를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대형 계약을 잇따라 확보하며 수주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은 1만 5,9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2조 4,000억 원 규모)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테이너선 수주 급증의 배경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있다. IM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8년 대비 80% 수준으로 감축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노후 선박을 고효율,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을 갖춘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발주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조선가 상승도 수주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만 2,000~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2020년 5월 1억4,500만 달러에서 올해 5월 2억7,350만 달러로 약 89%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NG운반선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은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에 입항세(톤당 50달러)를 부과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 조선소의 시장 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소에 대한 발주가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와 해운업계가 한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미국 해군장관이 한국 조선소와의 군함, 상선 건조 협력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전 세계 조선 시장에서도 한국 조선업계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올해 1~5월 글로벌 누적 선박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지만,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15%에서 24%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선 수주 확대가 이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컨테이너선은 LNG운반선과 함께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친환경 선박 발주와 미중 갈등, 글로벌 물동량 회복세가 맞물리며 당분간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당분간 컨테이너선 발주 강세는 이어지겠지만, 해운 시황 변동성과 미중 갈등 심화가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