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中 철강, 부동산 추락에 ‘내수 붕괴’…동남아 경유 덤핑, 한국도 덮쳤다
중국 철강산업이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위기에 빠졌다. 내수 수요가 얼어붙은 가운데 감산과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여전한 중국 철강 과잉 물량은 동남아를 거친 우회 수출로 세계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방어막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산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문제의 뿌리를 내수 붕괴라고 보고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20년간 철강 수요를 떠받쳐온 축이 무너졌고, 정부의 감산 정책도 과잉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는 지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남는 물량이 해외로 밀려나고, 이 과정에서 동남아 경유 ‘우회 루트’가 빠르게 고착화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 인하가 아니라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 “줄여도 넘친다” 중국 철강, 감산 속 파산 도미노
철강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조강 생산량은 4억3,163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중국 철강업계의 이익은 전년보다 56% 넘게 급감했고, 업계 전반에 ‘적자 전환’이 확산했다. 특히 중국 철강 수요의 50%를 차지해온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 철강의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생산설비 교체’ 제도를 중단하고, ‘에너지 절감·탄소 감축 행동계획’을 내놓으며 강제 감산에 돌입했다. 다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올해 5월 조강 생산량은 8,655만 톤으로 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단기적 감산일 뿐 근본적 과잉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위기는 실제 파산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 중 하나인 장쑤 델롱 니켈은 2024년 연간 순손실이 4천억 원에 달하면서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연간 5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마저 쓰러지자, 현지 업계에서는 “향후 5년 내 제철소 3분의 1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경고가 더욱 커지고 있다.
◇ 동남아 경유 ‘우회 러시’…각국, 철강 방어막 높인다
중국 내수 시장이 무너지자 중국 철강 물량은 수출에 몰리고 있다. 2025년 1~5월 중국 철강 수출은 4,847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감산 기조 속에서도 해외 판매로 재고를 털어내는 ‘수출 의존 체질’이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물량이 동남아를 거쳐 ‘원산지 세탁’ 형태로 세계 시장에 재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이미 2020년 철강 수출 1천만 톤, 50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1년 상반기에는 수출액이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중국은 베트남 철강 수출의 최대 고객으로 떠오른 동시에, 베트남 수입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국가다. 중국산 투입재가 베트남산으로 둔갑해 다른 시장에 흘러가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도 제련 허브로 변모 중이다. 중국 자본은 지난 10년간 현지 니켈 광산 지역에 29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도로·항만·물류망까지 사실상 장악했다. 최근에는 국영사 크라카타우 스틸과 합작으로 연산 300만 톤 규모 제철소 건설에 나섰다. 중국산 열연강판이 인니산 간판을 달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상륙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각국은 방어막을 높이고 있다. 멕시코는 2025년 6월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산 철강 수입을 전면 차단했고, 베트남도 같은 달 중국산 열연강판에 최대 27.83%의 최종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한국 정부도 제3국 우회 덤핑 차단을 위해 관세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미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상륙을 앞둔 상황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은 내수 기반이 붕괴한 대신 수출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다만 그 경로는 동남아 우회라는 새로운 변수로 이어지며, 글로벌 철강 무역전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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