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반도체 착시’…전방산업 침체·대미 관세에 철강 수요 회복 더뎌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로 한국 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건설 투자 급락과 대미 고율 관세,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겹치며 철강 수요 회복은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선·자동차·설비투자 일부는 반도체 경기와 함께 숨통이 트였지만, 건설과 비ICT 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철강 전반의 수요 양극화가 심화하는 국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월 발표한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생산 개선 흐름이 나타났지만, 건설업 생산 감소폭이 –9.7%까지 확대되며 서비스와 자동차 호조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절조정 기준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0.5%에 그쳐 실물 경기 체감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금속신문철강 수요와 직결되는 건설 투자 흐름은 특히 부진하다. 건설기성은 1월 전년 동월 대비 –9.7%를 기록하며 감소 폭이 확대됐고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로는 –11.3%까지 떨어졌다. 토목 부문 감소세는 –2.8%로 다소 완화됐지만 건축 부문은 –11.8%까지 확대됐다. 상업용·주거용 건축 공사가 둔화되면서 건축용 후판과 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 수요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규 수주액은 35.8% 증가하며 장부상 파이프라인은 늘었지만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실제 철강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1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대비 15.3% 증가했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가 전월 –10.4%에서 41.1%로 급반등한 영향이 컸다. 반면 일반 산업용 기계(-3.2%)와 전기·전자기기(-6.6%) 등 반도체를 제외한 기계류 투자는 여전히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러 있다.
2월 기계류 수입 역시 전년 대비 18.1% 증가했지만 반도체 장비 증가율이 34.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철강 업계 입장에서는 반도체 팹 설비나 클린룸 관련 특수 강재 수요를 제외하면 일반 제조업 설비 증설에 따른 광범위한 기계·구조용 강재 수요 회복은 아직 본격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출에서도 반도체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2월 총수출은 29.0% 증가했고 1~2월 일평균 수출 증가율도 29.8%로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ICT와 선박을 제외한 품목의 증가율은 0.9%에 그쳤으며 특히 미국향 수출은 –11.9%로 감소했다.
미국의 글로벌 관세 인상 이후 비ICT 제조업 수출이 영향을 받는 가운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자동차 강판, 가전용 강판 등 철강 제품 수출 역시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수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월 광공업 생산은 7.1% 증가했고 자동차 생산은 17.4% 늘며 증가세를 견인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과 소비심리 개선도 자동차 산업에는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측면에서는 미국 제조업 회복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중장기 철강 수요의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과 유럽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특정 산업에 대한 수요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조세와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건설업의 부진으로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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