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銅스크랩 수출 관리, 자원 안보의 첫걸음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유용 폐자원의 국내 순환이용 촉진을 위해 폐기물 수출입 관리 고시 2건의 개정을 추진하고, 그동안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던 고철·비철금속을 수출 시 신고 대상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수출업체는 폐기물 분석자료와 수출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이는 구리스크랩과 전자폐기물 등이 고철로 위장돼 해외로 반출되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구리(銅) 스크랩이 있다. 구리는 전기전도성, 열전도성, 내부식성이 우수해 전기전자, 자동차, 반도체, 조선, 건설, 전력망 등 거의 모든 기간산업에 쓰인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이 확대될수록 구리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진다. 이제 동스크랩은 단순히 폐자재를 재활용해 비용을 줄이는 대상이 아니라, 제조업 공급망의 안정성과 탄소중립 전환을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 순환자원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동스크랩이 국내 산업 현장으로 충분히 돌아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신동업체와 제련업계는 매년 막대한 동스크랩을 필요로 하지만, 국내 발생량만으로는 수요를 채우기 어렵다. 국내 동스크랩 수요는 연간 약 45만~55만 톤 수준이지만, 국내 발생 물량은 약 31만 톤에 그쳐 약 24만 톤 이상의 구조적 부족분이 발생하고 있다. 이 부족분은 수입 스크랩으로 메워지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의 자원 보존 기조와 환경 규제 강화로 수입 확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 스크랩의 해외 유출이다. 국내 동스크랩 수출량은 2024년 12만 톤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은 동광 부족과 전기동 생산능력 확대 속에서 구리 스크랩을 핵심 원자재 보충재로 적극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수요 확대는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자금력을 갖춘 해외 바이어가 고품위 고급동과 절연 전선 스크랩을 선점하면, 국내 제련소와 가공업체는 불순물이 많고 처리비용이 높은 저급 스크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원료비 상승, 품질 관리 부담, 납기 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내 비철금속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스크랩 시장의 문제는 더 이상 고물상이나 유통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제조업 기반을 흔드는 공급망 문제다.
이번 정부 개정안은 이런 현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수출 신고 의무화는 수출을 무조건 막겠다는 정책이 아니라, 무엇이 얼마나 어디로 나가는지 파악하겠다는 최소한의 관리 장치다. 특히 2008년 폐기물 수출입 신고제도 도입 이후 고철과 비철금속이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고, 그 틈을 이용한 위장수출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다는 정부 설명은 이번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신고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스크랩을 ‘폐기물’이 아닌‘전략 재생 원자재’로 재정의해야 한다. 수급 불안정 시에는 해외 반출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한시적 수출 관리나 물량 조정도 검토해야 한다. 음성 거래와 무자료 유통을 줄이기 위한 세제·거래 구조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 또한 국내 수요업체가 재생동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품질 인증 체계도 고도화해야 한다.
구리는 미래 산업의 혈관이다. 전기차가 달리고, 전력망이 확장되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구리 공급이 필수다. 그 공급망의 한 축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동스크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스크랩을 낮은 가치의 폐기물로 보는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스크랩은 다시 녹여 쓰는 금속이 아니라, 다시 살려내야 할 국가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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