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전망-후판] 반등은 없었다…조선 회복 속 후판 수요 줄어든 까닭은?
2025년 국내 후판 시장은 생산과 수요, 수출입 흐름 모두에서 변화의 기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후판 수요는 줄었고, 전방산업 부진과 고사양 선종 확대에 따른 단위 사용량 축소가 겹치면서 실수요 기반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중국산 수입재는 지난해부터 점유율을 확대하며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고,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물리적 유입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시장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모습이다. 업계는 공급 전략의 실효성과 유통 대응력을 모두 시험받고 있다.
■ 후판은 멈췄다…조선 회복에도 출하 늘지 않는 이유는?
후판이 멈췄다. 조선업 수주는 늘고 있지만, 철강 출하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는 1분기에도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며, 구조적 수요 변화와 수입재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1분기 조선용 국산 후판 판매량은 81만 757톤. 지난해 같은 기간 80만 8,871톤과 비교해 0.2%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복보다는 정체 국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분주하지만 철강 출하가 따라붙지 않는다”며 “수요산업과 철강시장 간 괴리감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흐름을 보면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 87만 톤이던 1분기 판매량은 2021년 76만 톤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조선 수주 반등과 함께 107만 톤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23년 87만 톤, 2024년 80만 톤으로 다시 후퇴했고, 올해도 81만 톤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업계에서는 “판매량이 바닥을 찍은 것은 맞지만, 반등이라 보기엔 힘들다”라며 “출하량이 늘지 않는 건 수요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같은 기간 중국산 후판 수입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8만 1,476톤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재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수입 증가가 시황과 가격 요인에 따른 결과라면, 국산 조선용 후판의 정체는 조선업 내 수요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특히 기저에는 조선업의 선종 구조 변화가 있다.
LNG선, LPG선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은 기존 컨테이너선이나 탱커보다 후판 사용량이 적다. 과거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0% 이하 수준이라는 게 현장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늘어도 철강 수요가 늘지 않는 이유”라며 “선종 구조가 철강 수요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후판을 들여와 가공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중국산 블록을 완성형으로 수입하는 방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소들이 용접 인력 부족과 공정 간소화 이슈로 블록 직도입을 확대하면서 국산 철강재 수요는 이중으로 줄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블록을 가져오면 철판 수요 자체가 사라진다”며 “유통시장과 가공업계 양쪽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수출·생산은 줄고 수입은 급감…줄어든 총수요가 시장 흔든다
2025년 국내 보통강 중후판 내수는 약 586만 톤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가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 생산은 817만 톤 수준으로 4.5%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260만 톤 안팎으로 5.5% 감소가 예상된다. 수입은 137만 톤대로, 전년 대비 24.6% 급감하며 수입재 점유율 역시 19.0%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 중심의 수요는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으나, 건설·기계 등 비조선 수요가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조선업계는 고부가 선종 건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박당 후판 사용량은 줄고 있고, 건설과 산업기계 부문은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 실수요가 정체된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특히 후판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조선 부문 출하가 줄면서 전체 수요 기반이 약해졌다”라며 “건설용 수요는 SOC 예산 축소와 민간 수주 둔화로 더욱 위축된 상황이며, 기계·플랜트 부문도 정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기존 800만 톤대 수요가 일반화됐던 시기와 비교하면 이제는 국내 수요가 축소되고 있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 흐름만 놓고 보면 후판 수요가 반등할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며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선 공급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반덤핑 이후 판 흔들리는 수입재 시장
2025년 4월부터 발효된 중국산 후판 잠정관세 조치 이후 수입량은 감소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이에 수입재 시장점유율도 2023년 24.2%에서 2025년 19.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덤핑 조치 이후에도 시장의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피막 처리, 컬러강판 전환 등 HS코드 회피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통관 기준 정비와 사후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시적인 수입재 축소가 이어져야 국산 가격도 의미 있게 반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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