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전망-열연강판] 공급은 주춤, 수입은 감소…시장에 드리우는 ‘재편’ 신호
2025년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여러 갈래의 재편 가능성이 동시에 열리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와 수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생산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수입재는 반덤핑 관세 등의 영향으로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수급 흐름은 제조사와 수요업계, 유통업체 모두에게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순한 사이클 변화가 아니라, 시장 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 내수·수출 동반 증가…수요 반등 조짐도
철강협회 통계자료와 본지가 집계한 자료를 종합하면 열연강판 내수는 약 653만 톤으로, 전년 대비 약 3% 증가가 전망된다. 수출도 약 517만톤으로, 14.06%의 증가율이 예측되고 있다.

전방 산업 중 자동차·조선 중심의 견조한 기조와, 수입재 감소에 따른 국산 제품 중심의 유통채널의 재고 회전 확대 가능성이 수요 확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지표를 두고 ‘회복 초기 국면’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건설·기계 등 주요 산업의 체감 수요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 증가세가 전 산업으로 확산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별 온도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조선과 자동차 관련 수요는 저점 대비 늘었지만 건설·기계는 수요가 거의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치상 반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요산업 체감은 작년과 다르지 않다”며, “실제 체감은 평년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수와 수출 모두 일정 수준 회복 흐름이 예상되긴 하지만 이를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수요 증가가 일부 품목 또는 산업군에 제한적으로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방위적 회복은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 생산은 오히려 줄어…공급 조절과 전략 선택 병행될 듯
2025년 열연강판 생산량은 약 3,002만 톤으로, 전년 대비 1.6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감소는 설비나 전략보다는 국내 실수요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량 감소는 공급 측 조정보다는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작용한 만큼 유통과 수출 시장에서도 공급 여력 자체는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계에서는 “국내 출하가 줄더라도 수출이나 유통 공급으로 물량이 이동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실수요 기반이 약해진 만큼 오더의 질이나 납기 조건에 따라 대응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생산량 자체보다 물량의 흐름과 타깃 시장 배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전방 수요가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시장이 실제로 구매력을 갖는지 따져보며 대응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입재, 반덤핑 여파로 점유율 30% 초반까지 하락 예상
올해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287만 톤, 점유율은 30.6%로 전년 대비 각각 14.1%, 3.5%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반덤핑 조사 이후 통관 리스크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 수입재 유통은 출하량을 앞당기려는 움직임과 함께 전반적인 거래 위축 조짐이 교차하고 있다. 일부 수입업체는 선적을 서두르며 막차 물량을 밀어넣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관세와 통상 불확실성 등의 부담으로 선뜻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가보다 10만 원 이상 저렴한 오퍼가 있어도, 통관이 늦어지거나 관세 문제가 생기면 되레 손해가 더 크다”며 “요즘은 오히려 수입재를 줄이고 국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지금은 마지막 물량이 몰리는 시기일 뿐”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수입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이후엔 제도 리스크와 수요 불확실성 때문에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장강판이나 컬러코일 등 일부 경계 품목을 통해 유사 용도의 수입재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심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외관은 다르지만 기능은 유사한 제품들이 HS코드 분류 기준을 피해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에 따른 제도 보완과 통관 사후 관리 필요성 역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한편, 무역장벽이 예상만큼 두텁지 않다면 2025년에도 국내 유통시장의 가격 흐름은 중국 선물가격과 오퍼 가격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분기에도 중국 선물가격이 반등하면서 국내 유통가격도 톤당 80만 원 초반까지 회복된 바 있지만, 중국발 공급압력이 커질 경우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제시하는 건 국내 제조사지만, 가격을 결정짓는 건 중국 시황”이라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국내 가격의 자율성은 회복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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