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6-철강도시가 흔들린다] “식어가는 철강도시”…포항, 산업의 체온이 떨어진다

특집 2025-06-12
한때 한때 '철강의 심장'이라 불렸던 포항이 조용히 식어가고 있다. /철강금속신문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철강산단의 실질 생산과 지역경제는 침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론 버티는 듯하지만, 내부에선 소비·투자·가동률까지 모두 흔들리고 있다. 철강 엔진만으로는 도시의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모습이다.

◇ 생산 늘었지만, 식어버린 산업단지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2025년 3월 조강 생산량은 108만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9% 증가했다. 광양제철소(+5.0%)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포항 철강산업단지의 생산액은 1조2,140억 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7.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던 흐름이 다시 꺾였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기간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공단)이 집계한 세부 업종별 생산 흐름을 보면 1차금속은 –11.0%, 조립금속 –2.9%, 비금속 –10.8%로 일제히 줄었다. 또 전체 입주업체 355곳 중 32곳이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차금속 업종만 보더라도 111곳 중 10곳이 가동을 멈췄다.

단지 내 한 가공업체 대표는 “주문 자체가 줄어 설비를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매달 임대료는 나가고, 납품처는 중국산으로 갈아탔다. 공장 유지가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현재 포항의 산업구조는 1차금속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 통계청 지역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철강업이 지역 GR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해도 있었다. 현재 공단 입주업체 구성은 1차금속 111개, 조립금속 76개, 기타 업종 98개이며 운송장비와 전기전자 업종은 각각 4개, 7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철강 쏠림'이 심한 구조는, 외부 충격이 닥칠 때 도시 전체에 한꺼번에 충격이 파급되는 '집단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수출 흐름도 비슷하다. 2025년 3월 포항지역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2.2% 늘었지만, 철강금속제품 수출은 오히려 4.2% 감소했다. 반면 화학공업제품은 76.0% 증가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역 관계자는 “철강재 수출은 단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포항에서 만드는 제품이 더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고 말했다.

◇ 도시 전반의 체온도 함께 떨어졌다

유통 지표도 마이너스를 그렸다. 포항·경주 지역의 주요 중대형 유통업체 판매액은 전년 동월보다 10.4% 줄었고, 의류(–11.0%), 식료품(–3.7%), 가전제품(–30.8%)까지 전 품목에서 하락세가 나타났다.

승용차 신규 등록은 378대로, 전년 동월보다 59.9% 급감했다. 자본재 수입 역시 0.6% 줄며 투자 심리 위축이 감지됐다.

한때 한때 '철강의 심장'이라 불렸던 포항이 조용히 식어가고 있다. /철강금속신문

지역 관계자는 “주말에도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며 “산단에서 일하는 분들이 지갑을 닫으니 전체 소비가 식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투자 지표도 위축세다. 건축 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69.3%, 건축 허가면적은 61.2%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포항의 아파트 매매가는 0.4% 하락했고, 전세가격도 0.3% 떨어졌다. 주택 매매건수는 92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지역 관계자는 “도시 전체가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 스마트산단 조성, R&D 거점 유치 등 '철강 이후'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소재단지 조성, 방위산업 클러스터 유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존 철강기반 중소업체 상당수는 이러한 변화 흐름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철강 관련 협력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포항에 공장 있으면 먹고산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직원 뽑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 쇳물 식히는 도시의 땀…포항, 철강단지의 오늘

“물량이 줄어든 것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포항 철강산업단지 한복판,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나온 중소기업 대표가 말했다. 이 일대 업체의 사정을 물으면 ‘물량’과 ‘수요’ 이야기를 먼저 얘기한다. 철강 특화단지답게 공단이 곧 도시고, 경기가 삶의 온도다. 생산라인은 돌아가지만, 납품 일정은 예전 같지 않다. 트럭 입출입 횟수도 줄었고, 야드에 쌓인 자재는 쉽게 줄지 않는다. 현장은 말없이 침묵 중이다.

공단 내 중소 가공업체 한 관계자는 “요즘엔 하루 작업 물량이 절반도 안 되는 날이 많다”며 “가동률이 떨어지니 남는 건 고정비뿐”이라고 했다. 작업자는 그대로인데 할 일이 줄어든, 묘한 긴장감이 공간을 채운다.

포항 철강도시는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진짜 도시를 떠받치는 건 중소 협력사들이다. 현장을 누비는 실무자들은 오늘도 기계를 돌리지만, 내일을 고민한다.“정부가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해상풍력 같은 사업이 뜬다는데, 우리가 어떤 설비를 갖춰야 들어갈 수 있는지도 몰라요. 그런 정보 공유, 출입구 자체가 없어요.”

현실은 여전히 폐쇄적이다. 대기업의 공급망은 고착돼 있고, 정책은 단발성에 그친다. 그들은 구체적인 정부 지원보다, 산업 트렌드와 접속할 수 있는 제도적 연결 고리를 원했다. 단지 누군가 나서서 방향을 잡아주길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아이디어라도 떠올릴 수 있는, ‘생각할 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공단에 따르면 355개 입주업체 중 32개가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다. 1차금속 업종만 놓고 봐도, 111개 중 10개가 가동을 멈췄다. 공장 굴뚝이 연기를 멈추면, 이 도시에선 생계의 기둥도 함께 흔들린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최근 3개월 동안 야간조를 돌린 적이 없다”며 “과거엔 풀가동이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설비를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야드에 멈춰선 크레인, 굳어버린 컨베이어는 경기의 체온을 대변한다.

도시는 여전히 철강을 짓는다. 하지만 온도는 달라졌다. 공단 곳곳엔 적막이 깔리고, 인력난 대신 빈 자리가 느는 중이다. 철이 식고, 도시가 식는다. 사람들은 기계의 열기 속에서 이 도시의 생동감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온도가 다시 뜨거워지길, 오늘도 버틴다.

◇ “기계만으론 못 버틴다”…포항 중소기업 위한 실질 지원책은?

철강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포항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철강산업재도약 기술개발사업 운영지원단(이하 지원단)의 활동이 눈에 띈다. 단순한 기술지원에서 나아가, 기업의 전주기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는 '생산 이후 대응 중심' 접근법이 돋보인다.

지원단은 최근 ▲해외 인증 획득을 위한 시험비 및 컨설팅 ▲현장 맞춤형 실증지원 ▲스마트 공장 시스템 보급 확대 ▲마케팅 및 납품단가 설계 컨설팅 등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수요처 대응, 조달 등록, 판로 개척, 납품계약 후 수율 확보 등 기술 이후의 단계까지 지원 영역을 확장했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야경. /이미지투데이사진은 포항제철소 야경. /이미지투데이

운영지원단 관계자는 "기술만으로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며 "생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함께 실무를 공유하고 체계를 설계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지원단은 그간 ▲과제 종료 후 판로 연계 부족 ▲기술개발 이후 자금 회수 지연 ▲공공조달 시장 진입 장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정책과 중소기업 현장 간의 간극을 좁히는 ‘통역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이를 위해 실증·인증·조달·판로 등 기능별 전문기관과 협업 체계를 갖추고, 기업별 맞춤형 로드맵을 설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항시는 경북테크노파크와 함께 ▲스타트업 창업지원 ▲뿌리산업 고도화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 연계 실증사업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내 철강기반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도시의 생명력은 중소기업의 활력에서 나온다”며 “단기성과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공공과 기업이 함께 미래 먹거리를 설계하는 실질적 구조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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