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 원 회복한 열연…“몸 풀었지만, 뛸 준비는 아직”
국산 열연강판(HR) 유통가격이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오랜 박스권 흐름이 다소간 깨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올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가격 인상은 제조사 출하가 조정과 유통업계의 방어 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실수요 회복 없이 반등세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6월 기준 국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83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톤당 80만~82만 원대에서 횡보하던 흐름에서 한 달 새 1만~2만 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반등이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측 조정의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제조사의 출하가 인상 기조가 누적되면서, 유통 현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가격 전가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유통업체는 그간의 마진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납품단가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짓누르는 하방압력은 여전하다. 최근 중국산 열연강판 오퍼가격은 톤당 440~450달러대(CFR)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을 반영하면 수입원가는 60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국산 유통가와의 격차는 20만 원 이상으로,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수요산업 부진도 뚜렷하다. 건설 분야는 상반기 수주가 2.2% 증가하며 반등했지만, 실제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1% 줄었다. SOC 예산 감축과 공공 부문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기계산업은 생산이 2.5% 감소하고, 수출도 2.1% 줄어들 전망이다. 공작기계와 건설기계, 디스플레이 장비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내수 반등이 있었지만, 수출은 재고 증가와 주요국 경기 둔화로 제한적이다. 업계는 친환경차 전환이 철강 수요를 일부 견인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제한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내수 자체도 2년 연속 5,000만 톤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건설·기계·자동차 등 핵심 수요산업 모두 체력이 약한 데다, 수입재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유통시장은 가격보다 생존 전략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일단 올랐지만,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실질적인 반등으로 보기 어렵다”며 “7월 하순 반덤핑 예비판정이 수입재 유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낸다면, 그때가 진짜 시장이 움직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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