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위기의 강관 산업, KS 신뢰 회복부터
철강산업은 국가 경제의 골조이자 안전의 보루다. 그중에서도 강관은 건축물 구조재부터 에너지 이송관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혈관’ 역할을 한다.이 혈관의 건강 상태를 보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바로 한국산업표준(KS)이도다. 하지만 최근 강관 업계와 유통 현장에서는 이 KS 인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K-스틸’의 신뢰를 지탱해야 할 표준이 오히려 시장 혼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얼마전 만난 A사 대표는 현재 강관 KS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사후관리의 부실함을 꼽았다. 형식적인 공장 심사가 대표적이다. 심사 시 외부 시험기관 성적서만 제출하면 내부 시험을 생략할 수 있어서 자체 검사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업체가 KS를 유지하는 허점이 있다. 인증 획득 이후의 관리도 느슨하여 시중에 인장강도 미달 등 ‘치명 결함’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된다. 단순한 품질 저하를 넘어 건축물과 구조물의 안전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여기에 수입산 불량 제품의 파상공세는 시장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다. 중국산 등 저가 수입재에 가짜 KS 인증서를 부착하거나 마크를 위조하여 유통하기도 한다.더욱 뼈아픈 지점은 국내 표준 제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저가 수입재와의 경쟁 속에서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중소 업체들이 KS를 자진 반납하거나 비(非)KS 제품으로 품목을 전환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표준의 권위가 떨어지니 인증 유지의 실익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따라서 강관 KS 규격의 고도화와 현실화가 병행돼야 한다. 기술표준원이 추진 중인 진원도 기준 신설과 연신율 상향 등이 좋은 사례다. 더불어 설계 단계부터 적합한 자재가 선택될 수 있도록 용접용과 비용접용 규격을 엄격히 분리하고, 건축구조용 각형 탄소강관(KS D 3864) 등의 사용 의무화를 고민해 보자.심사체계 역시 ‘서류’가 아닌 ‘현장 품질관리 능력’ 중심으로 재편하고, 유통 중인 제품을 무작위로 수거해 검사하는 시판품 조사를 대폭 확대하여 부적합 판정 시 즉각 인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품질 낮은 수입재의 둔갑을 막기 위해 개별 제품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해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스마트 관리 시스템’ 같은 위·변조 방지 기술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제도적으로는 불량 건설 강재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K-스틸법’의 입법을 통해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KS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에 공공조달 시장 가점을 부여하는 등 품질 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이 보상받는 환경 조성을 적극적으로 살펴보자.표준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 강관 KS의 신뢰 회복은 산업 안전의 회복이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정부와 제조·유통업계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KS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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