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세계 철강 과잉의 파고,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대장간 2026-04-01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OECD 철강위원회 제99차 회의는 세계 철강산업이 직면한 위기가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무역 질서 붕괴, 그리고 정책 대응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이번 논의는 한국 철강업계에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시장경제와 국제 규범에 기반해 경쟁해온 한국 철강산업일수록 그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회의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된 문제는 전 세계 철강 과잉 생산능력의 지속적 확대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과잉 생산능력은 6억 4천만 톤에 달해 OECD 전체 생산량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2028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은 세계 과잉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내수 감소를 수출로 보전하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정상적인 무역이라기보다 구조적 왜곡이 국제 시장으로 전이되는 과정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철강업계에 이중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가격 압박이다. 중국산 철강의 대량 유입과 글로벌 공급 과잉은 국제 가격을 끌어내리고,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해온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을 잠식한다.

다른 하나는 무역 환경의 악화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이 반덤핑·상계관세, 세이프가드, 국가안보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국 철강은 ‘불공정 행위의 가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파급 효과를 함께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 큰 문제는 무역 조치의 실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OECD가 지적했듯이, 최근 철강 무역에서는 우회 수출이 일상화되고 있다. 제3국 환적, 해외 투자에 따른 원산지 변경, 하류 철강 집약 제품을 통한 간접 수출 등은 기존 통상 규범의 틈을 파고든다. 

그 결과 시장은 여전히 왜곡되고, 규범을 준수해온 국가와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한국처럼 자유무역 질서 속에서 성장해온 철강산업에 이는 구조적인 불공정이다.

보조금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중국 철강기업의 자산 대비 보조금 규모는 다른 국가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중앙정부를 넘어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로-전로 설비를 전기로 등 저배출 설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설비의 폐쇄 없이 신규 설비가 추가되면서, ‘친환경 전환’이 오히려 총 생산능력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탄소 감축과 공급 과잉 해소라는 두 과제가 결코 자동적으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 철강업계는 이 지점에서 가장 큰 딜레마에 직면한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탄소 규제와 시장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저탄소·친환경 설비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잉 공급과 저가 공세 속에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다.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조달의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철강산업의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에너지 및 원자재 안보 문제가 함께 논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OECD 철강위원회와 세계 철강 과잉생산 포럼(GFSEC)이 강조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은 한국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별 국가의 무역 조치만으로는 과잉 생산과 비시장적 관행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공통의 기준과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다자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이러한 논의에서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공정 경쟁과 시장 원칙을 옹호하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보다 냉정한 전략 점검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수출 확대나 가격 경쟁에 매달리기보다는, 기술 경쟁력과 신뢰 기반의 공급망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통상 정책, 산업 정책, 에너지 정책이 분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넘어, 철강산업을 국가 경제 안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세계 철강산업은 지금 분명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과잉과 왜곡이 계속된다면 모두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 철강산업은 이 격변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번 OECD 철강위원회 논의가 보여준 것은 위기의 깊이이자, 동시에 연대와 규범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중요한 것은 그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 질서를 바꾸는 행동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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