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 보크사이트發 알루미나 공급 재편
서아프리카 기니가 보크사이트 공급 지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알루미늄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기니는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 생산과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며 세계 최대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단순 원광 수출에 그치지 않고 생산량 관리와 알루미나 정제 투자 유치를 통해 자원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산업에서 추진한 자원 고도화 전략과 유사한 흐름이다. 인도네시아가 니켈 원광 수출 제한과 제련 투자 유치를 통해 산업 구조를 바꾼 것처럼, 기니도 보크사이트 수출 통제와 알루미나 정제시설 건설을 연계해 공급망 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니는 고품위 보크사이트 매장량을 바탕으로 중국 자본 유입 이후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2023년에는 호주를 제치고 세계 최대 보크사이트 생산국에 올랐으며,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 해상 수출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급격한 공급 확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니의 2025년 보크사이트 수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억8,300만 톤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보크사이트 가격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니 정부가 생산과 수출 조절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중국의 기니 의존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기니산 보크사이트 수입은 2015년 33만4,000톤 수준에서 2025년 1억4,900만 톤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기니산 보크사이트는 중국 전체 보크사이트 수입의 74%를 차지했다.
중국은 자체 보크사이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간 채굴로 품위가 낮아진 데다, 알루미늄 제련 능력이 대폭 확대되면서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아졌다. 특히 기니산 보크사이트는 실리카 함량이 낮아 알루미나 생산에 유리한 고품위 원료로 평가된다.
기니 정부의 규제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중국의 기니산 보크사이트 수입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1,800만 톤을 기록했다. 다만 물동량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이 단기간에 기니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의존 구조의 성격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국영 알루미늄 기업 차이날코(Chalco)는 최근 기니에 10억 달러 규모의 알루미나 정제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20만 톤으로, 중국 국영 알루미늄 기업의 첫 대규모 해외 알루미나 투자로 평가된다.
기니 내 기존 알루미나 정제시설은 1960년대 건설된 프리기아(Friguia) 공장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공장은 과거 프랑스 페시네, 미국 레이놀즈를 거쳐 2008년부터 러시아 루살이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현재는 재가동 중이나 연산 65만 톤의 설비능력을 밑도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니 정부는 2030년까지 5~6개의 추가 정제시설을 유치해 총 700만 톤 규모의 알루미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해 에미레이트 글로벌 알루미늄(EGA)의 정제 투자 이행 실패를 이유로 광산 자산을 회수한 것도 다른 사업자들에게 강한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기니의 전략은 아프리카 내 다른 보크사이트 생산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파이낸스코퍼레이션(AFC)과 13억 달러 규모의 알루미나 정제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가나도 통합 알루미늄 개발 정책을 통해 정제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니가 인도네시아처럼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 제련까지 공급망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석탄화력 기반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보크사이트 정제와 알루미늄 제련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지만, 기니는 아직 알루미늄 제련에 필요한 충분한 전력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기니의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알루미늄 공급망에는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상 보크사이트 교역량은 줄어드는 반면, 알루미나 수출 시장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국 내 알루미나 정제업체들은 최대 원료 공급국인 기니와 직접 경쟁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기니의 보크사이트 정책이 단순한 원료 수출 규제를 넘어 알루미늄 공급망 내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니가 생산 조절과 정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병행할 경우, 서아프리카는 새로운 알루미나 공급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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