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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성 칼럼 - 숙명적인 ‘적과의 동침’

컬럼(기고) 2025-05-05

말 그대로 ‘오월동주(吳越同舟)’이다. 누군가는 ‘적과의 동침’이라고 표현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를 짓는데 포스코가 참여하기로 한 것을 놓고 하는 말이다. 두 회사가 경쟁 관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나라와 월나라처럼 도저히 가까이할 수 없는 사이로 알았다. ‘쇳물 동맹’으로 불리는 두 회사의 협업이 최근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히 그 내막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두 회사 모두 세계적 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이유다.

‘오월동주’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사례를 알면 일견 이해가 간다. 적대시하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吳越同舟) 강을 건너고 있었다.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세찬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 이에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은 평소 적개심을 잊고 서로 도와서 위기를 극복했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동맹이 이 사례와 사뭇 닮았다. 미국이 일으킨 거센 소용돌이가 손을 잡은 최고 원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철강 25% 관세 부과가 적을 동지로 만든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자 업계는 깜짝 놀랐다. 사실 두 회사는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강판 등 주요 품목마다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관세 대응이 생존의 열쇠가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협업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규제 확대에 대응하려면 혼자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에는 무려 8조 5,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투자금이 부담이었다. 나름 자금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나 홀로 투자 위험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것을 포스코가 해소한 것이 한 수였다. 현지 생산설비 확보 조건으로 건설자금 분담을 제의하자 이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동 투자 및 생산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대규모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미국 생산 거점 생산설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두 회사의 협업은 국내 경쟁업체가 해외에서 손잡은 첫 번째 사례이다. 무엇보다 성공 모델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우리 철강업계가 안고 있는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프로젝트와 탄소배출, 보호무역주의 등의 문제에 국내 1·2위 업체가 손을 잡는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철강업계가 이런 식의 연합전략으로 높은 수익성과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을 참고했으면 한다.

우리 철강산업은 지금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마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경쟁 상대와도 손잡을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이것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보여주고 있다. 경쟁에서 공존의 길로 가는 새로운 생존 모델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특히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 내 철강 수요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방점이다. 미국 거점이 없는 포스코로서는 새로운 우군을 통해 시장 공략이 가능해진 것도 긍정적인 동맹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회사는 그동안 소송하고, 견제하고, 경쟁해 왔던 관계였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외부 변수 앞에서 “같이 가야 생존할 수 있다”라는 절박함에 필연적으로 손을 잡았다. 국내 철강 역사상 처음 보는 거대 철강 원팀의 탄생이다. 이 동맹이 철강산업의 미래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내 철강산업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트럼프 관세 틈바구니에 끼어 휘청대고 있다. 우리 업계는 이 파고를 넘는데 두 회사가 선도적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 최근 행보를 접하면서 기대감이 크다. 적과의 동침에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옥동자가 탄생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 철강 역사를 두 회사가 동맹을 맺으며 함께 써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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