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승진이 싫어요”

컬럼(기고) 2025-05-26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상위 관리자와 하위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 및 조정 역할을 위해 필요하다. 하위 직원들에게 상위 관리자의 의도를 전달하고, 직원들 요구사항을 상위 관리자에게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역할은 쉽지 않다. 가끔 양측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중재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로 인해 상사와 직원들 모두에게 불만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의도적 언보싱’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이 단어는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로 승진을 피하는 경향을 일컫는 신조어다. 어느 정도 경험과 연차를 쌓아 중간 관리자로 승진을 앞둔 Z세대(1997~2012년 출생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하위 직원이 승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놀라지 않을 상사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승진이 곧 성공이었다. 조직이 부여하는 보상의 정점이자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러한 경향을 개인의 특이한 성향이나 순간적인 기분으로 치부할 수 없다. 승진을 앞둔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뚜렷한 흐름이 되고 있다.

Z세대는 일을 삶의 중심이 아닌 일부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이것은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그래서 자기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 직무나 직책은 과감히 거부한다. 이에 따라 중간 관리자 승진을 매력적 선택지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관리직을 피할 수 있는 자유 자체를 더 큰 가치로 여긴다. 이것을 이기주의적인 생각으로 몰아갈 수 없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예단할 수 없는 깊은 뜻이 숨겨있다. 자기 일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갖기 위해 그렇다고 합리화 한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프로정신이 엿보인다.

과거 기성세대들의 직장 문화는 요즘 Z세대와 확연히 달랐다. 물론 장점도 있었지만 부끄러운 점도 많았다. 조직을 우선했기에 개인의 일탈은 용납되지 않았다. 연대 책임의 군대 문화가 직장 속에 만연했다. 그래서 부서 목표가 정해지고 그것을 달성하면 부서장이 거하게 한턱내며 사기를 북돋웠다. 이러한 문화가 고착화된 상사가 개인주의가 심한 Z세대를 이해하기란 어려움이 따른다. 다행히 지금은 이러한 상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전부 자연인이 되었고, 능력 있는 젊은 상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에서 서열이 깨진 지도 오래다. 입사 순서에 따라 승진하던 것은 옛날 캐캐묵은 이야기다. 철저히 능력 위주의 문화가 정착됐다. 입사 선배였지만 능력에 따라 까마득한 후배의 밑이 될 수 있고, 연봉에도 차이가 난다. 이것을 직접 목격한 Z세대들이 중간 관리자를 피하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된다. 자신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관리자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반면 주어지는 권한은 상대적으로 적다. 고생한 만큼 보상도 따르지 않는다. Z세대들이 피하는 최고 이유다.

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원인이다. 과거에는 승진이 곧 성공이었다. 직위는 자기 성장의 지표였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더욱 중시한다. 조직문화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조직이 대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관리자보다 구성원 중심의 리더십이 더욱 자연스럽다. 아울러 역할에 대한 회의감도 원인이다. 과거에는 중간 관리자가 상위 관리자로 가는 필수 절차였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만 무겁고 권한이나 보상은 미비한 감정노동자로 인식된다.

이처럼 중간 관리자 기피 현상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그렇다고 중간 관리자를 없앨 수는 없다. 업무 전달과 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하다.그렇지 않으면 상위 관리자와 하위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 부족을 초래하고 조직 효율을 떨어트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무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조직 구조와 문화, 리더십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며,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이러한 노력이 뒤따라야 중간 관리자들이 더는 직무를 피하지 않고, 조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당장 Z세대의 의도적 언보싱 현상을 멈추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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